본 연구는 고전소설 〈토끼전〉 그림책의 복합양식성을 독서지도학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조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복합양식성은 서로 다른 양식들이 결합되어 텍스트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또한 문식성은 독자가 텍스트를 이해하고 의사소통에 활용하는 능력이다. 이 논문은 그림책을 복합양식 텍스트로 보고, 이것을 독서지도학의 관점에서 문식성 교육의 제재로서 고찰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개작 그림책에 대한 독자의 수용 과정에서 활성화되거나 관여하는 요인으로 원전 소설의 작품 요인과 독자 요인, 그리고 복합양식 텍스트 요인 등 세 가지를 전제하고 이것들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구현 양상을 분석하여 문식성 향상을 위한 지도 방향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연구를 위하여 현재 단행본으로 판매되고 있는 도서들 중에서 〈토끼전〉의 개작 그림책을 조사하고 품절·절판된 도서를 제외한 그림책 20종을 선별하였다. 최종적으로 연구자의 분석 기준에 부합하는 총 4종의 도서를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 〈토끼전〉의 복합양식 구현 양상을 크게 ① 글과 그림의 관계, ② 글과 그림, 음악의 관계, ③ 글과 그림, 영상의 관계를 통해 살펴보고, 이러한 양상이 원전의 가치를 잘 담아내었는지, 독자의 독서 발달 단계에 적절한지, 문식성 발달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파악하였다.
먼저 글과 그림의 관계는 본문과 파라텍스트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본문에서 보이는 글과 그림의 복합양식 구현양상은 '대칭'의 관계로 나타났다. 이는 글이 그림책 안에 풍부하게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와 배경을 그림이 정교화하여, 문화적 정서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완'과 '대조/대위'의 관계는 '대칭'의 관계보다 적게 나타나지만, 중요한 순간에 서사의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로 사용되고 있다. 이것의 의미는 대상독자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단순한 스토리와 주제, 복잡하지 않은 명료한 캐릭터의 그림이 대상 독자의 인지능력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파라텍스트에서는 글과 그림의 관계가 '대조/대위'로 나타났다. 제목과 그림이 동시에 전개되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첫째, 주제나 서사의 압축적 제시를 보여줌으로써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독서 동기를 유도할 수 있고, 표지 읽기를 통해 서사의 연장기능을 하고 있다. 둘째, 작가의 시각적 기호와 문화적 코드가 반영된다. 문화적 코드는 그림책에서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매개하고 상상하게 한다.
두 번째로 글과 그림, 음악(CD)의 관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현양상이 나타났다. 첫째, 음악은 글과 '대칭'의 관계를 이룬다. 마치 오디오 북처럼, 아니리와 소리를 모두 넣은 음원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은 동일하게 반복하는 양상을 보인다. 둘째, 음악은 글과 그림이 표현하는 상황, 인물의 감정을 '보완'하는 관계를 보인다. 셋째, 음악은 글과 그림이 보여주는 유희성을 '정교화'하여 확장시킨다.
마지막으로 글과 그림, 영상(CD-ROM)의 관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현양상이 나타났다. 첫째, 영상은 음성언어와 동일한 '대칭'의 관계로 서사를 표현하지만, 그림책 비디오라는 매체의 특징으로 인해 읽기 방식의 차이가 나타난다. 둘째, 영상에서의 소리, 움직임 등은 글과 그림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시각적 입체감을 증대시켜 독자들의 흥미와 독서 몰입도를 높이는 데에 도움을 준다. 셋째, 영상에서의 카메라 기법은 그림의 확대, 반복 등을 통해 이야기의 줄거리 파악과 이해를 향상 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토끼전〉 그림책들은 본문, 파라텍스트, 음악, 영상 등 각 영역에서 복합양식성을 잘 구현하고 있고, 각각의 독자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유·아동 독자의 문식능력을 고려하여 그림책을 선정할 때에 난이도에 대한 점검을 필요해 보인다.
위의 분석을 토대로 복합양식 문식성 향상시키기 위한 지도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독자의 수준을 고려한 지도 제재 선정 및 복합양식 텍스트의 특성을 파악한 지도 계획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복합양식성을 지닌 표현 활동에서 글과 그림의 매체적 특징을 고려해야한다. 셋째, 옛이야기 그림책을 활용하여 당대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파악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
본 연구는 〈토끼전〉 그림책의 복합양식성 구현 양상을 총체적으로 분석하여 복합양식 문식성 향상을 위한 방향성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지도의 방향성을 토대로 실질적인 지도와 효과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못한 한계는 제한점으로 후행 연구과제로 남긴다.
본 연구가 향후 독서지도를 위한 판소리계 소설 개작 그림책 선정과 활용모색을 위한 기초자료 연구로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