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문양은 길상 예술로서 대부분 의미와 상징이 있다. 그 의미는 행복한 생활에 대한 지향과 추구, 불행을 피하고자 하는 소망들이다. 지난 100여 년간 어려웠던 한국의 역사는 전통문양의 사용을 단절 시켰고, 그 의미와 상징을 향유하는 문화도 함께 단절되었다.
연구자는 끊어진 문화를 계승하려는 목적으로, 전통문양 중 두 가지 벽사문양인 호랑이와 도깨비 문양을 선택하여, 현대인이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시하였다. 그 의미가 생성되던 시대와 현대는 자연, 사회,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전통 문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대인들이 친숙하게 느끼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현대화 되어야 한다.
연구자는 본 연구의 이론적 배경으로 세계 문양과 동아시아의 길상문양의 의미와 상징을 비교하였고, 길상문의 일종인 한국의 벽사문의 종류와 내용을 살펴보았다.
또한 호랑이와 도깨비 문양은 한중일 3국에서 각각 어떻게 적용 됐는지, 그 모양과 내용 등을 조사하였다. 3국의 호랑이, 도깨비 문양은 비슷한 부분이 많은 가운데, 한국의 호랑이 문양은 호피의 표현에서 중국, 일본의 것과 구분되는 특징을 가진 문양과 그림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의 도깨비 문양은 중국의 것과 모양과 적용된 대상 등의 공통점이 많지만, 눈과 입 등의 형태에서 차이나는 유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몸통을 표현한 백제의 귀면무늬전돌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도깨비의 모습이었다. 반면 일본의 오니, 덴구와는 모양과 기원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현대 디자인에서 벽사 상징의 문양이 사용된 사례를 조사하였다. 벽사의 의미를 그대로 적용한 사례와, 벽사의 문양에 벽사의 의미 외에 다른 의미를 추가로 적용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벽사 문양을 그 의미를 적용하지 않고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FGI를 통하여 디자인 전문가 7인에게 디자인 needs 분석을 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표현 방법에 관한 것으로, 호랑이와 도깨비의 벽사의 상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현대 디자인에 어떻게 적용되면 좋을 지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벽사를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단순한 형태의 드로잉으로 상징하는 내용 장면을 간략하게 그려 넣는 방법, 의미 상징과 관련 있는 호랑이나 도깨비의 신체 일부를 확대하여 크롭하는 방법 등의 의견이 나왔고,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현대적인 패턴, 도형을 같이 병행하여 디자인하는 방법 등의 의견이 있었고, 밝은 컬러와 단순한 형태로 트렌디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둘째, 디자인 제시 방법에 있어서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직접적인 비유로 표현해야 적절한지 알기 위해, 전통문양의 상징을 직접적인 이미지 표현으로 한 예시를 보여주며 질문하였다. 디자인 아이디어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지의 여부를 확인한 결과, 7명 중 6명이 혼동하지 않고 벽사의 의미로 느껴진다고 대답하였다.
셋째, 디자인 제시 방법으로, 전통문양의 상징을 간접적인 이미지 표현으로 한 예시를 보여주며 질문하였다. 디자인 아이디어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지의 여부를 확인한 결과,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두 디자인의 의미를 알기 어려워하거나, 다른 의미로 추측하였다. 디자인 전문가도 도깨비 의미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우회적인 의미 표현을 위해 추가하였던 의미 있는 모티브들이 오히려 의미 이해를 복잡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디자인 단계에서는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목적에 맞게 기획하고, 디자인을 제안하였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많은 이들이 한국 벽사문양의 의미를 쉽게 이해하고, 생활에서 접하며 그 심미성과 상징성을 향유하는 것이기에, 일상에서 자주 접하고 지닐 수 있는 지갑과 에코백으로 아이템을 정하였고, 친근하게 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유머러스하고 편안한 콘셉트로 기획하였다.
호랑이 문양 디자인에서는, 한국 유물에서의 호랑이의 호피(虎皮) 문양을 반영하였고, 전통 문양에서 전신을 모두 표현한 것과 달리, 현대적인 표현 방법으로 호랑이의 행동을 연상할 수 있는 발의 모양이나 등의 호피문양만을 따로 확대하여 사용하였다.
도깨비 문양 디자인에서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도깨비의 몸통 형상인 백제의 귀형무늬전돌의 전신을 표현하였다. 그 디자인에는 한국 도깨비의 특징인 인간적인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사람과 같은 모습의 손과 발의 모양으로 바꾸어 표현하였다.
또한 한국의 호랑이, 도깨비의 의미를, 서양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에게 더 쉽게 알리기 위해서, 쫓거나 막는 대상으로의 귀신으로, 현재 대중문화 속에서 더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서양의 유령과 마녀의 모자 이미지를 사용하였다.
이 연구가 전통문양의 잊어버린 의미를 올바르게 되찾고 사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