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지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변하게 된다. 상례문화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상례문화는 조선시대 유교를 중심으로 한 매장문화였다. 일제강점기 이후 근대 산업화 시기에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매장문화의 축소 및 화장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있어왔다.
1986년 화장시설이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 및 노후한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화장시설의 현대화 사업이 시작되었다. 이후 부족한 화장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필요성이 인식되고 건축계획에 대한 기초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 결과 기존의 노후된 시설은 증축 및 개축 되거나, 새로운 건축계획안에 따라 신축되면서 화장시설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많은 부분 개선되었다.
하지만 급격한 화장문화의 변화로 현재까지 지어진 화장시설 중에는 실제의 의례 행태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이는. 화장시설 설계가 급속한 화장 수요의 증가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능 및 관리 중심으로 발전된데 반해 유가족이 고인을 추모와 위무를 하는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고려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1986년 화장시설 현대화 사업 이후 신축, 증축, 전면 개축된 38개 화장시설을 대상으로 의례절차에 따른 국내 화장시설의 공간이용 측면을 현장 관찰조사를 통해 분석하고 유형별 건축적 특성 및 문제점을 도출하여 국내 상황에 적합한 화장시설 의례공간 개선방안을 제안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관찰조사 결과 고별절차가 약식화됨에 따라 의례절차가 변화하고 있는 추세가 발견되었다. 기존에 고별→송별→화장→수골 순서로 정의되어 있었던 의례절차는 고별(약식고별)→송별→화장(정식고별)→수골 절차로 새롭게 정의하는게 적합해 보였다.
의례절차의 변화는 의례공간의 사용방식을 변화시켰다. 기존에 독립적인 의례공간으로 계획된 분향실이 실제로 대부분 사용되지 않고 화장시설의 외부 진입공간, 진입홀, 고별실 등에서 고별의례가 진행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이처럼 다른 용도로 계획되었던 공간들에 의례공간의 기능이 더해지면서 기존 독립적인 공간구성 및 동선 계획에 간섭이 생기게 되었다. 공간구성에서는 각 공간의 규모나 영역구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였고 동선계획에서는 장례행렬과 다른 이용객들의 동선간섭, 층간 이동 시 수직동선 계획 등의 문제점이 파악되었다.
조사 결과 파악된 문제점을 바탕으로 화장시설 의례공간을 개선하기 위해 13개 공간구성 개선방안과 3개 동선계획 개선방안을 제안했고 이러한 세부적인 개선방안이 적용된 의례공간 개선모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 개선모형은 화장의례에서 유족들이 고인과 마지막 이별을 더 차분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공간구성을 개선하는데 주안점을 두고자 했다. 이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상례문화 속에서도 한국인, 그리고 보편적인 현대인들이 죽음의 의례에서 갖추고 지키고자 하는 질적 활동과 의식, 정서적 감정을 공간계획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의도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