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는 14세기경부터 16세기경까지 약 200년간 고려청자에서 조선백자로의 이행과정에서 만들어진 도자기이다. 본 연구는 분청사기 찻그릇의 다채로운 미(美)를 탐색하고 분청사기 찻그릇에 나타나는 미의식(美意識)의 근원을 탐구하는 것이다.
분청사기 찻그릇의 '미(美)'에 대한 연구는 역사와 철학, 문화를 탐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화두가 되었다. 분청사기의 미감(美感)에는 활달함, 기개, 자유분방함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러한 특성은 분청사기가 가장 한국적인 도자기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라고 사료되었다. 조선초기의 세종, 세조시기의 왕실에서는 다례(茶禮)가 일상적으로 행해졌으며, 문종은 주다례(晝茶禮)라고 하는 독창적인 낮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 선비들은 유불선(儒佛仙)을 회통하면서 양생(養生)을 위한 차생활을 하였다. 조선초기에 제작된 분청사기는 왕실부터 서민까지 널리 사용되었는데, 분청사기 찻그릇이 어떠한 용도로 활용되었는지 알기 위해서 조선초기 차문화를 고찰하였다. 분청사기 찻그릇의 쓰임새는 관청명이 새겨진 공납용과, 유불선(儒佛仙)의 의례행사에 사용하는 의례용 찻그릇 그리고 일상적인 차생활용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조선초기는 민족의 주체정신이 드높았던 시기이고 조선초기의 풍속은 활기차고 역동적이었으므로, 이러한 활기찬 기운이 분청사기 찻그릇의 미의식(美意識)에 영향을 주었다고 사료되어 조선초기 풍속과 차문화를 탐색하였다.
한국미의 특징으로 자연친화성, 질박함, 해학미 등이 언급된다. 한국미의 특성인 자연친화성은 도법자연(道法自然)의 도가(道家)적 미의식(美意識)과 관련이 있다. 한국의 도가(道家)사상은 단군이래 신선(神仙)사상으로부터 계승되어왔고, 한국 고유의 정신성인 신선(神仙) 사상과 한국의 도가(道家)적 미의식이 조선초기의 역동적이고 활기찬 시대상과 부합하여 분청사기 찻그릇의 미의식(美意識)에 발현되었다고 인식하였다.
분청사기 찻그릇의 조형미(造形美)의 특성은 형태의 질박미, 문양의 단순미, 시문기법의 즉흥미로 구분하여 탐색하였다. 분청사기 찻그릇의 미(美)에는 생명력과 율동미가 있고, 유불선(儒佛仙)의 사상과 고유성이 융합된 원융미(圓融美)가 있다. 분청사기 시문(施文)기법 중 귀얄기법과 덤벙기법은 즉흥미와 추상미가 나타난다. 분청사기 찻그릇의 즉흥미와 추상미의 근원을 무의식(無意識)의 원형(原型)으로 인식하였다. 최치원이 남긴 현묘지도(玄妙之道)의 의미와 기원을 통해서 분청사기 미의식(美意識)의 배경을 탐구하였다. 이를 통해서 한국문화의 고유한 정신성의 시원(始原)과 흐름을 찾을 수 있었다. 경천사상(敬天思想)과 천인합일(天人合一)사상에서 근원한 고조선의 신선(神仙)사상은 한국 고유 정신인 화랑도의 현묘지도(玄妙之道)로 계승되었고, 현묘지도(玄妙之道)의 생명력과, 포용과 조화의 원융미(圓融美), 그리고 무의식(無意識)을 표현하는 추상미(抽象美)는 분청사기 찻그릇의 미(美)를 통해서 발현되었다고 인식하였다.
본 연구자는 차(茶)생활을 하면서 민족의 얼이 담긴 분청사기 찻그릇에서 현묘지도(玄妙之道)의 미(美)를 탐구하고, 나아가 한국문화의 고유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는 점에 의미를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