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 등장한 봉준호 감독은 영화 전반에 걸쳐 신자유주의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고발하거나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그러한 봉준호 감독의 사회담론과 개인담론의 충돌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의 영화를 분석함에 있어 어떤 '~이즘'이나 어떤 '~주의' 등의 작품 외적인 분석에서 벗어나, 온전히 영화 텍스트에 내재된 재현 양상을 통해 접근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그의 재현 전략은 아이러니와 알레고리로 귀결됨을 알 수 있었다. 본고는 리얼리즘이 퇴보하는 시대에 아이러니와 알레고리가 사회의제 표현을 위한 수단으로 합리적인 선택이었음을 밝히고자 하였다.
수사법상 아이러니와 알레고리는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동일한 기능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러니와 알레고리가 영화상에서 재현될 때에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살인의 추억〉(Memories of Murder, 2003)과 〈옥자〉(Okja, 2017)의 예를 들어도 그 둘은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살인의 추억〉의 정교한 플롯과 치밀한 구성, 쉴 틈 없는 극적 긴장감과 〈옥자〉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전개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본고는 이러한 재현 양상에 초점을 두어 논의를 전개하였다.
II장에서, 아이러니의 요소인 '대립요소[opposites]'와 '거리[distance]'에 초점을 맞추어 봉준호 영화의 '아이러니적 재현 양상'을 살펴보았다. 봉준호 영화의 아이러니는 '인물의 아이러니', '시선의 아이러니', '구성적 아이러니'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아이러니적 재현 양상의 두드러진 특징은 주제를 표현함에 있어 좀 더 은밀하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구현됨을 고찰하였다.
III장에서, 봉준호 영화의 '상황적 알레고리', '상징적 알레고리', '우화적 알레고리'를 통해 알레고리적 재현 양상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알레고리적 재현 양상은 아이러니의 간접적인 접근보다 표면으로 드러나 있고, 주제를 구현함에 있어 좀 더 자유롭게 표출됨을 고찰하였다.
IV장에서, 위의 논의를 토대로 봉준호 영화의 아이러니에서 알레고리로의 변모 양상과 사회의제의 변모 양상을 살펴보았다. 두 편의 단편영화 〈지리멸렬〉(Incoherence, 1994), 〈흔들리는 도쿄〉(Shaking Tokyo, 2008)와 여섯 편의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Barking Dogs Never Bite, 2000), 〈살인의 추억〉(Memories of Murder, 2003), 〈괴물〉(The Host, 2006), 〈마더〉(Mother, 2009), 〈설국열차〉(Snowpiercer, 2013), 〈옥자〉(Okja, 2017)의 개별 작품분석을 통해 봉준호 영화의 재현 전략은 제1기 영화에서는 주로 '아이러니적 재현 양상'이, 제2기 영화에서는 '아이러니와 알레고리의 혼용 양상'이, 제3기 영화에서는 '알레고리적 재현 양상'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본고는 이러한 재현 전략의 변모가 사회의제의 변모와 상응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내었다. 이를 통해 봉준호의 영화는 한국사회의 문제와 협의의 사회의제를 재현하기 위한 전략으로 아이러니를, 인류의 공통된 광의의 사회의제를 재현하기 위한 전략으로 알레고리를 택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본 연구는 기존 봉준호 영화의 단편적 논의의 틀에서 벗어나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재현 양상과 변모 양상을 살펴보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또한 본 연구는 현재까지 그의 영화에 나타난 아이러니와 알레고리로 재현된 세계를 통해 그의 작가의식과 세계관의 흐름 등을 파악하는 유의미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