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상과 철학은 그 시대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또한 그 시대의 상황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해법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의 차 문화와 차 정신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차류와 문화적 다양성이 있는 중국에 비해, 그리고 지속적으로 茶道를 내세우고 있는 일본에 비해, 그 문화적인 지속성과 체계적인 사상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는 한국 차문화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상과 철학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고 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특히,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과거 왕실 차문화를 비롯하여 사찰과 선비들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는 '찻자리'에 철학적 기준들을 접목시켜 찻자리에 대한 철학적인 체계와 기반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또한 찻자리에 대한 철학적인 기반들이 茶人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주제가 되고자, 인간의 人性을 대변하는 '仁義禮智'를 주제로 선정하여 찻자리 이론을 제시하였다.
그러므로 본 연구는 '찻자리'와 '찻자리 설계'에 대하여 동양 철학적 가치와 기준들을 제시함과 동시에 '仁義禮智' 찻자리를 통한 현대인의 人性까지 고찰토록 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 연구의 순서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四書五經 및 기타 고전의 내용 중 찻자리 설계에 적용할 수 있는 찻자리 정의, 구성 요소, 찻자리 분류, 설계원칙 등을 개발하여 제시하였고, 둘째 우주 만물 속에 깃들여 있는 仁義禮智의 속성과 특성을 우주, 사계절, 오행, 주역, 28수를 통하여 발췌하고 정리하여 찻자리에 적용하고자 하였으며, 셋째 심층적인 접근으로 四書五經과 기타 고전에서 仁義禮智의 개념을 발췌하여 정의 내리고자 하였다. 무엇보다도 仁義禮智 간의 관계 및 우주 만물과의 연결고리도 지속적으로 언급하여 결국 우주 만물에서 모든 경전까지를 아우르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철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찻자리 철학을 적용하고자 하였다.
결국 仁 찻자리는 서로의 관계가 시작되면서, 서로 진심으로 대하게 되어 서로의 仁을 지속적으로 인식하고 유지하는 찻자리이다. 義 찻자리는 이러한 仁 찻자리가 더 넓은 영역으로 확대된 찻자리이며, 禮 찻자리는 仁을 바탕으로 하여 禮로 집약하여 시초로 되돌리는 마음을 지극히 하는 찻자리이다. 최종적으로 智 찻자리는 이러한 仁·禮·義 찻자리의 은미(隱微)한 것을 보고 지혜로써 마무리하는 찻자리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