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작은 예절의 중요성을 강조한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덕무의 선비 교육이 현대 아버지들에게 시사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아버지상을 제시하는데 목적이 있다.
현대 사회의 아버지들은 가정에서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산업화로 인한 일터와 가족의 분리를 들 수 있다. 특히 기업문화는 아버지들을 가족으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게 만들었다. 이는 가정에서 상대적으로 어머니의 권한과 책임이 커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성장과정에서 급변하는 사회의 변화를 겪으며 바람직한 아버지상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것도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아버지상에서 오는 괴리감과 현실적으로 역할 수행이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 과거 아버지들이 누렸던 파워에 대한 향수 등으로 인해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 한편 청소년 문제, 가정생활 문제 연구 등에서 '바람직한 아버지의 모델 역할 부재'가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바람직한 아버지像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되었다.
바람직한 아버지상의 연구를 위하여 먼저 전통적인 아버지상과 현대의 아버지상을 고찰하여 차이점을 비교하였다.
전통적인 아버지상은 선비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선비는 士大夫 중 학식과 덕망을 갖춘 인물에게 존경의 뜻을 실어 부르는 호칭이다. 또한 선비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학식을 추구하여 자기 수양을 삶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아버지상은 생계부양자의 모습보다는 가족의 정신적인 지주로 존경의 대상이었으며, 자녀의 입신양명을 위하여 자녀 교육의 주도권을 갖은 모습이다.
현대의 아버지상은 생계를 책임지며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직접 참여하고, friendy(friend+daddy) 즉, 아버지와 친구의 모습을 함께 갖춘 다정다감한 모습이다.
종합하여 분석한 결과 전통적인 아버지상과 현대의 아버지상은 그리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회문화의 변화가 있었으나 경제, 자녀의 교육, 양육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시대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아버지가 되고자 노력하는 부분은 변하지 않았다. 이 시대가 필요로하는 아버지상은 전통과 현대가정의 문화적 연속을 기반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우리사회는 오랜 유교사상이 저변에 흐르고 있으며, 그 기반위에 서구의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므로 대표적인 전통예절수신서인 『사소절』 「사전」 편에 선비의 모습으로 나타난 바람직한 아버지상을 고찰하였다. 선비의 수신 내용과 방법을 제시한 이덕무의 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현대사회에 필요한 아버지상의 정립을 위한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는 내용을 제시하였다.
이덕무는 대표적인 북학파의 실학자로서 주체적이며 실용적인 실사구시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참다운 선비가 되기 위하여 일상생활에서 선비로서의 본분을 상기하고 집 안과 밖에서 작은예절부터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당시의 사회문화에 맞추어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아버지상의 제시를 위하여 전통예절을 기반으로 『사소절』을 저술하였다. 지금의 아버지들 또한 『사소절』과 같은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을 위한 교육서가 필요한 시기이다. 이덕무의 교육사상은 전통예절 교육사상을 이해하고 내면의 자각을 통한 정체성의 확립과 바람직한 생활예절 습득으로 현대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아버지상을 정립하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