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은 지상권 유사의 물권으로서 우리들의 조상을 숭배하고 분묘를 수호하는 관습에 따라 유교적 전통에 의해 인정되어 왔던 법적 규범이다. 이는 오랜 시간 반복된 관행에 의해 굳혀진 법적 효력이 인정되는 권리라고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조상에 대한 존경의 표시를 위한 관행으로써 분묘의 조성이라든지 특정 성씨 소유자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종중원 자격에 대한 남성본위의 관행 등과 같은 관습은 유구한 시간과 유교적 전통들을 바탕으로 확고부동한 우리의 관념에 의하여 형성되었고, 이에 대하여 우리는 법적 확신까지 가지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법원에 의한 그에 관한 법적 판단들이 축적되어 마침내 법적 효력을 가지는 관습법으로서 인정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관습법에도 상황에 따라 그 변화의 가능성, 즉 변경 또는 폐지의 가능성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예로서 최근 그 동안 관습법상 인정되어 오던 종중 구성원의 자격으로서 여성을 제외한 남자만을 인정해 오던 것을 남자뿐만 아니라 성년 여자도 종중원으로서의 자격을 인정하는 판례(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가 등장하였다. 즉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지속적인 상승 및 역할의 변화, 그에 따른 사회적 관념의 변화에 따라 남성만이 종중원이 될 수 있다는 유교적 사상에 근거한 기존의 남성 본위의 관습법도 변경되어 여성도 일정한 절차에 따라 종중원으로서의 자격을 가질 수 있다는 취지의 판례가 등장함으로써 기존 확고부동하며 변경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했던 관습법도 시대상황에 따라 변경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하는 판례였다. 현대 양성평등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변화 등의 현상이 기존 관습법적 관념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이러한 판단에 근거한다면 2001년 「장사법」의 시행과 더불어 동법 제27조에 타인 토지에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 개장할 수 있으며, 동법 부칙에 따라 동법 시행과 더불어 분묘기지권의 성립가능성을 부정하고 있음을 볼 때, 본 법 시행후에는 관습법상의 분묘기지권의 성립이 차단되어, 관습법으로 인정되어 왔던 분묘기지권도 사회질서 등의 변화에 의해 더 이상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2017년 초의 대법원판결(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판결)에서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법질서를 부정하는 것은 과거에 형성된 법률관계에 대한 효력을 일시에 뒤흔드는 것이 되어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관습법의 존속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은 분묘기지권의 경우는 사회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존속의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판결이 나옴으로써 기존 분묘기지권의 운명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분묘와 관련해서는 화장률 증가, 사회현상의 변화와 발전, 경제상황의 비약적 발전 등에 따른 토지이용가능성의 확대로 인하여 예전과 달리 국토의 효율적 이용에 저해요소로 작용하지 않다는 점에서 분묘기지권 존속을 위한 새로운 시각과 해석이 필요하며, 이러한 관점에 따른 입법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즉 현대적 상황들을 고려한 「장사법」과 분묘기지권의 존속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입법정책적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토지소유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지료지급청구권이 인정되어야 한다. 즉 분묘기지권의 존속요건이 존재하는 한 그 권리를 인정하되, 당해 토지 소유자가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부분을 지료지급청구권을 인정해 줌으로써 그에 대한 재산적 가치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둘째, 분묘기지권 성립의 긍정적 방안으로써 「장사법」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묘적부를 작성·공시를 의무화 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에 따라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분묘의 공시방법도 봉분의 형태에서 「장사법」상의 형태인 묘지, 자연장, 봉안당, 봉안탑 등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분묘기지권은 조상에 대한 숭배와 추모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므로 분묘의 형태적 측면보다는 분묘를 수호하고 봉사하려는 관념의 보호가 그 본질이기 때문이다. 공시를 통하여 무분별한 분묘기지의 확장을 제한하고, 장래에는 동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이 분묘가 존속하는 동안이라고 보는 것을 「장사법」상의 최대 60년간의 기간이 적용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범위는 동법의 분묘 면적제한에 관한 규정에 따라 관습법상 인정되어 왔던 봉제사에 필요한 분묘주위의 토지라는 구체적이지 못한 부분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사회 관념들의 변화에 따른 인식의 전환을 통하여 분묘기지권에 관한 기존 관습법상의 효력들을 「장사법」상의 효력과 일치시켜 나감으로써 현대적이고 실질적인 분묘기지권을 형성시켜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