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의 전체 역사를 보았을 때, 지금의 주거지 재생방식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 안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과정이자 대안적 시도 중 하나'이지 앞선 많은 주거지 재생방식들과 같이 완전한 해법을 위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정책보고서나 언론에서 말하는 주거지재생의 목표와 성과보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상황은 훨씬 복잡하며 거칠다. 정책가나 전문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전 과정은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지만 현장의 상황은 순탄치 만은 않다. 각 각의 주거지가 가진 특성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와 그에 대한 대응방법, 과정 안에서 발견하는 자원은 천차만별이다. 역으로 이야기 하자면 재생과정에서 일어난 문제와 특수한 상황에 대한 올바른 대응을 위해서는 대상 주거지가 갖는 특수성에 대한 이해와 이전 재생과정에 대한 정리와 반성이 필요하다.
대상지인 이화 제1구역 주택재개발예정지는 현재 '벽화마을'로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유명 관광지이다. 오래된 주택과 깨끗하게 정돈되는 주택들이 갖는 조화로움, 눈길을 끄는 벽화, 구릉지에 위치하여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경험 등이 사람들이 마을을 찾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준비와 함께 '성곽마을'로 주목받으며, 벽화를 보러 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한양도성을 찾거나 순성놀이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바로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이화마을은 전면철거방식 재생을 진행하던 '불량주거지' 대상이었다. 이화마을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까.
이화마을은 2004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아래 각각의 입장과 가치에 따라 마을의 재생이 시도 되었다.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주택재개발사업이 진행되며 전면철거방식의 재생, 공공미술사업과 외부 기획자의 기획 아래 문화·예술 사업을 활용한 재생, 현재는 '2014 한양도성 주변 성곽마을 보전·관리 종합계획'에 따라 주민중심의 성곽마을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약 10년의 시간 동안 이화마을에는 다양한 방식의 재생이 시도되었다는 것이 이화마을 재생의 특수성이다.
본고에서는 이화마을의 형성, 변화과정과 2004년부터 2015년 까지 이화마을에서 진행된 재생과정을 정리하고 참여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상호관계가 마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그 결과로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재생과정의 내면을 살펴보았다.
이화마을의 재생과정 안에서 이해관계자 간 재생가치의 공유부재로 괴리가 생기기도 했지만, 현재는 갈등의 상황을 새로운 관계형성의 계기로 이용하여 주민과 외부기획자가 함께 마을재생을 진행하는 협력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안에서 이화마을은 불량주거지에서 '벽화마을', '마을박물관', '성곽마을' 순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되었고 마을이 '벽화마을'이라는 관광자원화 되는 것에 대해 마을 주민들도 조금씩 수용하고 능동적으로 이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편에서는 마을의 지나친 관광자원화에 따라 주거지안정성이 보호받지 못할 것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앞으로 이화마을이 '성곽마을재생사업'이 추구하는 지향과 함께 주민들의 안정된 삶을 위해서는 주민이 중심이 되는 마을 재생에 대한 움직임을 만들 수 있는 지원과 노력, 관광자원화 되어 가는 마을에 대한 주거지안정성을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