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이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형식이 된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공동주택에서의 삶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부재하다. 공동주택이란 공동의 생활을 전제로하는 주택임에도 개별 주택이 모인 집합주택과 별 다르지 않다. 1970-80년대 초기 공동주택의 물량이 급속도로 증가하던 때에는 주택보급을 늘리는데 급급하여 공동주택의 본질과 그 안에서의 생활이 공론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충분한 양의 주택이 공급되고 초기 공공주택 단지들이 노후되어 재건축이 진행되던 때에도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재건축과정에 도입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까지 여전히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최소한의 공동시설을 공급하는 것이 전부이다.
따라서 외국의 선진사례와 국내 공동주택의 재생사례를 통해 기존의 전면철거형 재건축이 아닌 공동체를 고려한 공동주택의 재생방향을 고찰하고자 한다. 실제 최근 2010년대 일본에서는 사회가 고령화되고 인구감소가 심화되면서 공동주택에 빈집이 생기고 용적률 상승에 따른 재건축이 불가능해졌다. 현재 공급과잉인 한국의 미래 상황도 이와 유사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한국의 공동주택에 살다보니 입주민들은 실제 생활에 불편함을 겪었으며 단지 내부적으로 공동체활성화단체를 결성하여 주민들의 공동생활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나갔다. 일본의 5개의 사례와 한국의 4개 재생사례를 통해 공동체를 위한 공동주택의 특징을 도출하였다.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입주 대상자를 선정하여 대상에 맞는 주택을 공급한다. 둘째, 그들에게 맞는 시설을 디자인한다. 셋째, 기존의 공간의 용도를 변경하거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다목적 공간을 확보한다. 넷째, 이 과정에서 입주자가 디자인에 참여한다. 다섯째, 다목적공간에서 시행할 프로그램을 주민의 요구사항에 맞게 주도로 개발한다. 여섯째, 단지 내부의 교류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교류로 확장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과천2단지 저층아파트 단지를 대상지로 하여 앞서 도출한 특징을 적용한 공동주택 재생방안을 제안한다. 과천신도시는 공동주택단지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신도시라고 할 수 있으며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1990년대 제 1기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가 건설되기에 이른다. 1기 신도시를 비롯한 1990년대 주택 건설 200만호의 기조로 건설된 다수의 공동주택 단지는 향후 10년 이내 입주한지 약 30년이 되며 재건축 대상지로 떠오를 것이다. 과천 2단지는 저층 판상형 주거동의 공동주택 단지의 전형으로 대표성이 있으며 이후 제1기 신도시의 재개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과천2단지는 총 31개의 주거동으로 되어 있으며 주거동을 주변 상황과 내부 면적에 근거하여 네 가지 성격으로 분류하였다. 지하철 역 주변의 1인가구를 위한 share-house 5개 동, 3-4인 가족형 주거동, 고령자들을 위한 실버형 주거동, 그리고 도시가로변에 대응하는 도시가로변 주거동이다. 단지 중심에 위치하던 주거동 3개 동을 도시가로변에 대응하는 도시형으로 이전, 저층부에 상업 및 공동시설을 배치하여 주변 지역의 보행성을 향상시키고, 세 종류로 구별한 주거세대의 특성에 맞는 외부공간을 구성하였다.
과천신도시의 재생방안을 통해 향후 재건축사업 대상으로 지정될 저층공동주택단지가 과거의 기억과 흔적을 지우는 전면철거형 재건축이 아닌 기존의 주민들의 생활과 공동체를 보존하는 재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나아가 주택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