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차(禪茶)란 말이 차계(茶界)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2012년 10월에는 '제7차 세계선차문화교류대회(世界禪茶文化交流大會)'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기도 하였다.
'다선일여(茶禪一如),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말은 일찍이 차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입에 올려본 말이다. 그만큼 익숙한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 '다선일여'와 '다선일미'는 일본의 다도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로 인식되면서 차의 종주국이라는 중국과 함께 한국에서도 이 단어의 사용에 조금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선차(禪茶)'라는 단어는 다선과 같은 의미로 차와 선의 두 글자가 단지 앞뒤로 바뀐 것으로 보이나, 선이라는 말이 영어로 'Zen'이라 표기되면서 국제적으로 일본 차문화의 상징이 되었고, 이후 중국과 한국의 차문화계에서 예민한 반응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선차'라는 용어를 한국 차문화계에서 발굴, 사용하게 되면서 세계선차문화교류대회를 중국과 함께 한국이 주도하는 가운데 글로벌시대에 발맞추어 국제 차문화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본 연구는 매월당 김시습의 선차시(禪茶詩)를 통하여 조선시대 선차문화를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어 시작되었다. 이 연구를 위하여 『매월당집』에 수록된 다시 중에서 선(禪) 관련용어가 들어간 선차시를 분류하였고, 그 내용 분석을 통하여 조선시대 초기 불가의 차문화를 찾아볼 수 있었다.
선차시(禪茶詩)는 선가의 취미가 차 끓이는 일임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차를 통해 다른 사람과 선(禪)을 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불가에서 차를 올리는 것이 도(道)를 물으며, 가르침을 청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존경하는 스님과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바로 차였음을 말해 주었다.
또한 선차시 연구를 통해 조선시대 초기 매월당 김시습과 준상인 등의 다른 선승들과의 교류를 살피면서 그 당시의 선차문화의 근간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렇듯 매월당 김시습의 선차시를 통하여 불가(佛家)에서의 차생활이 선(禪) 수행만을 위한 것이 아닌 바로 불가의 생활 그 자체였음을 알 수 있다.
이제 21세기 글로벌시대를 맞아 다양함 속에서 모든 문화는 혼돈의 시대를 넘어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창조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의 차문화는 이런 시점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갖추어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조선 초기 국가적, 사회적 혼란 속에서 개인적인 아픔 속에서 선을 추구하며 차와 시로 위안 받으며 써내었던 매월당의 선차시를 통하여 한편으로 다양한 문화의 혼란 속에서 현대의 선차문화 개발 방안의 초석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