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과학기술력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오늘날 이 분야 공직 생산성이 공공연구조직의 창의성과 직결되어 있음을 논하고, 이러한 창의성의 선행변인으로서 유연근무제의 역할에 주목하여 연구직 공무원의 유연근무 선호체계를 규명함으로써 제도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함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대표적 국가 연구조직이라 할 수 있는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에 재직 중인 연구직 공무원 현원 391명을 모집단으로 하여 이 중 200명을 무작위 표본 추출한 후 설문지를 배부하였으며, 회수된 설문지를 바탕으로 그들이 연구성과 향상을 위해 선호하고 있는 유연근무제 유형과 각 유형별 선호에 미치는 영향요인을 조직의 구성변수인 개인, 집단, 조직의 각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통계분석 결과 농업연구직 공무원들이 선호하고 있는 유연근무제 유형은 시간의 유연성을 기준으로 시차출퇴근제(3.83), 근무시간선택제(3.68), 집약근무제(3.60), 재량근무제(3.24)의 순이었고, 공간의 유연성을 기준으로는 원격근무제(2.92), 재택근무제(2.86)의 순이었다. 따라서 시공간적으로 유연성의 정도가 낮을수록 선호도가 높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각 유형별 선호차이가 매우 근소하여 타 직종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에서처럼 시차출퇴근제가 매우 높게 선호되고 있고 유형별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공간의 유연성 보다 시간의 유연성을 갖는 유연근무 형태를 보다 더 선호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는데, 이것은 농업연구직 공무원들의 실험·실습 위주의 직무특성 때문이리라고 판단된다. 이를테면 아침 일찍 시험포장에 들러 작물의 생육상태를 관찰해야 한다거나 실험을 위해 기자재·시설이 비치되어 있는 랩(Lab)에 하루 중 일정시간을 반드시 근무해야 할 필요가 있는 등의 업무적 환경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연구성과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서 유연근무제 필요성의 평균값은 3.96으로 나타나 연구직 공무원들이 대체적으로 이에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하였으며, 다중회귀 분석결과 유연근무제의 필요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개인특성으로는 시간외 근무습관, 집단특성으로는 업무의 적합성으로서 모두 0.05 유의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업무 적합성의 표준화 계수(β계수)의 절대값이 시간외 근무의 그것보다 크게 나타나 보다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밝혀졌다.
유연근무제 각 유형별 선호도에 미치는 영향요인을 살펴보면, 재량근무제와 원격근무제는 인과모형을 통한 분석 모델이 성립하지 않았으나, 이를 제외한 4가지 유형 중 적어도 1가지에 여러 독립변수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집단특성 중 업무의 적합성으로서 4가지 종속변수와 모두 정(+)의 관계가 도출되었으며, 조직특성인 공정성이 시차출퇴근제와 근무시간선택제 2가지 종속변수에 역시 정(+)의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1가지 유형에만 영향을 주는 독립변수들을 살펴보면, 개인특성 중에서는 시간외 근무가 근무시간 선택제에 부(-)의 영향을, 집단특성 중에서는 응집성과 리더십이 재택근무제에 각각 정(+)과 부(-)의 영향을, 조직특성 중에는 관료성과 혁신성이 재택근무제에 각각 정(+)의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개인, 집단, 조직의 제 특성과 유연근무제 선호 사이에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당초의 연구가설이 모두 부분적으로 채택되었다.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농촌진흥청 연구조직의 유연근무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함의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관차원에서 다양한 유연근무 유형에 대한 지속적이고 정확한 홍보를 추진하여 시범적 활용을 통해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유연근무 분위기를 적극 조성할 필요가 있으며, 아울러 시차출퇴근제를 포함한 여러 형태의 장점을 살린 복합유형을 새로이 개발·적용하여 유연근무 선택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한편, 현행의 개별적 선택에 의한 유연근무 활용보다는 기관단위로 이를 100% 의무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마련·시행할 필요성도 있다.
둘째, 개인적 측면의 시간외 근무습관을 조절할 수 있는 조직차원의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근로시간 계좌제를 연구조직에 도입하면 현재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시차출퇴근제보다 더 효과적으로 창의적 연구업무 수행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셋째, 집단적 측면의 연구업무의 리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 즉, 자율적 연구수행을 방해하고 있는 불합리·관료문화적 행태들을 철저히 찾아내서 이를 과감히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각종 지시·통제, 잦은 보고·회의·행사, 연구업무와 관련없는 각종 부가적 행정업무 등을 지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관리자의 결연한 의지와 부단한 개선노력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연구팀 내에서 상호 존중과 협력의 연구문화를 조성하여 팀원간의 응집력을 높여야 한다.
넷째, 조직적 측면에서 개방·혁신적 조직문화를 함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관리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한편으로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직원들에 대한 인사의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조직 관리자의 개방성과 수용성 및 동료들 간의 신뢰가 우선 구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