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가 탈산업화, 정보화 사회로 산업 구조가 변화하면서 경제 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산업시설들이 기능을 상실, 도시 내에 방치되기 시작하였다. 방치된 산업시설들은 주변 환경의 슬럼화, 도시의 미관 저하 등의 문제로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골칫거리가 되었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발전소, 공장, 창고 등 유휴 산업시설을 활용하여 침체한 지역을 활성화하고 도시재생의 거점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전개되고 있다. 산업시설들을 물리적 재생만이 아닌 새로운 기능을 기존의 공간에 부여하여 차별화된 장소로 재생, 활용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유휴 산업시설은 과거 산업화 시대의 시대적 상황과 그 당시를 경험했던 사람들의 기억과 경험이 남아있는 장소로 역사적, 상징적 의미가 축적되어있는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또한, 신축 건축물에서 볼 수 없는 오버 스케일의 공간감과 독특한 실내구조를 현대적 디자인과 결합하면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사회·문화적 기반으로 낙후된 지역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주민들 삶의 질을 향상하여 지역을 활성화하는 공간으로 조성이 가능하다.
탈산업화를 먼저 경험한 유럽과 일본 등은 이미 유휴 산업시설의 가치를 인식하여 문화, 상업시설 등으로 재생 방법을 모색하였으며, 특히 중국의 상하이에서도 창의공간이란 명칭으로 유휴 산업시설을 활용한 사례들과 함께 활성화되고 있는 것에 주목하였다. 상하이는 무역항구와 공업기지를 가지고 있는 동아시아 최대의 개항장으로 서구적인 것과 중국적 성향을 결합, 건축적 독창성을 형성하고 있는 도시이다. 이런 상하이는 급격한 도시발전에도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함께 유휴 산업시설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잘 보전하여 재생, 활용하고 있다.
본 연구자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상하이에서 유휴 산업시설을 재생한 창의공간 중 나름대로 활성화되고 있는 동시에 디자인 표현 특성이 잘 나타나고 있는 사례로 한정하여 현장 답사를 통해 조사, 분석하였다. 분석 과정에서는 문헌 및 선행연구를 통해 조형, 공간, 프로그램 특성으로 분류하고 조형 특성은 상징성, 시간성으로 공간 특성은 연속성, 개방성, 접근성으로 프로그램 특성은 기능적 복합성, 참여성이라는 표현 특성의 키워드를 도출, 분석 틀의 기준으로 삼아 분석하였다.
이에 따라 분석된 유휴 산업시설을 재생한 상하이 창의공간의 디자인 표현 특성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형 특성은 사물을 인지하고 이미지화하여 개인의 의식에 비추어진 대상에 대한 조형적 특성을 말한다. 산업시설은 그 자체가 조형성을 보유하여 해당 장소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으며, 외부의 굴뚝이나 당시의 구조, 트러스나 설치된 기계들은 하나의 상징성을 표현하는 요소로 활용된다. 이와 함께 역사적 맥락을 포함한 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현재에 보여주는 메시지 기능으로의 시간성으로 그것은 과거의 요소와 현대적 디자인의 대비 등으로 더 확실하게 나타난다.
둘째, 공간 특성은 넓고 높은 산업시설의 구조를 활용,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재창조성으로 공간을 체험하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부여하는 공간적 특성을 말한다. 산업시설의 내부를 수직·수평의 변화로 동선의 흐름을 형성하여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없애 공간의 연속성을 높인다. 건축물 일부를 열어두어 시야의 개방을 통한 공간의 확장은 다른 공간과 연결된 개방성으로 공간의 활용도를 높인다. 또한, 대중교통 수단, 도로의 연계, 개방적인 공간의 배치를 통해 외부와의 접근성을 높이고, 문화적·사회적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여 내부로의 접근성을 높여 공간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표현 특성으로 나타난다.
셋째, 프로그램 특성은 생산의 기능을 담당하던 산업시설이 다른 용도로 재생될 때 공간을 활성화하기 위한 중요 요소 중 하나로 기능적 복합성, 참여성을 표현하는 특성이다. 산업시설은 프로그램에 따라 한 공간에서 문화, 전시, 교육 공간 등의 역할을 하는 기능적 복합성이 나타난다. 또한, 기존의 산업시설이 간직한 스토리와 기억 등 무형의 요소를 활용하여 전시, 체험 프로그램의 도입으로 주민들의 참여를 높여 커뮤니티를 통한 교류의 장으로 공간을 활성화하는 표현 특성이다.
이상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살펴보았을 때, 창의공간은 산업시설의 실내 구조 등을 유지하여 조형성을 강조하였으며, 용도에 맞는 내부의 분할, 개방으로 동선의 흐름을 유도하여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고,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지역, 공간을 활성화하였다. 이러한 디자인 표현 특성은 앞으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유휴 산업시설을 재생할 때 고려되어야 할 사항으로 디자인 방안의 참고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라며, 이러한 연구가 지속되어 유휴 산업시설의 활성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