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구비물인 속담이 어떠한 언어 환경 속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오늘날까지 구비 전승되고 있는지 밝히는 방편의 하나로, 경향신문 단평란 <여적>과『조선왕조실록』에서 사용된 속담을 기본 자료로 하여, 속담이 활용된 맥락을 비교 · 분석하고 그 변화의 양상과 상호간의 관련성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속담은 우리의 언어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대중 속에 유통 또는 사용 되고 있으며, 시대의 변천에 따라 새로운 속담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속담 사전이나 속담 모음집에 기록된 속담보다는 속담이 직접 활용된 맥락을 통해서 속담의 활용 양상과 표현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본 연구를 위해 경향신문 <여적> 난에서 활용된 속담과『조선왕조실록』에서 활용된 속담 중에서 2회 이상 반복적으로 사용된 속담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 속담들 간의 활용 환경을 살펴보고 관계의 상호성을 분석하기 위해 <여적> 난에서 속담을 활용한 텍스트를 속담을 사용한 시점과 사회 · 정치 · 경 제 · 문화 · 국제 · 스포츠의 맥락으로 분류하고,『조선왕조실록』에서 속담을 활용한 텍스트는 속담을 사용한 시점과 사회 · 정치 · 경제 · 문화의 맥락으로 분류하였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여적> 난에서는 하나의 속담이 하나의 같은 사용 맥락에서 활용되는가 하면, 또한 다른 맥락에서도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회와 관련된 맥락에서 활용된 속담으로「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놈을 못 막는다」, 「사흘 굶어 도둑질 아니 할 놈 없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여자는 사흘을 안 때리면 여우가 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눈 감으면 코 베어 먹을 세상」등이 있다. 이 속담들은 사회적 맥락 특히 그 중에서도 주로 범죄와 관련된 사건 · 사고의 맥락에서 활용되었다.
정치와 관계된 맥락에서 활용된 속담은 정치인들의 태도와 부정부패, 정당, 정부 정책과 관련해서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제 버릇 개 줄까」등은 정치인의 언어, 행동과 관련해서 활용되었고, 「손이 들이굽지 내굽나」, 「들어온 놈이 동네 팔아먹는다」등은 같은 당끼리, 우리끼리라는 집단의 식이 반영되어 활용되었다.
국제와 관계된 맥락에서 활용된 속담은 주로 일본과 연관되면서 다수 활용되었다. 「개 꼬리 삼 년 묵어도 황모 되지 않는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제 버릇 개 줄까」,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 등 일본의 행태를 비유하는데 활용되었다.
경제와 관계된 맥락에서 활용된 속담은 금융, 부동산, 기업 등과 관련되어 다수 활용되었다. 「공짜라면 양갯물이라도 먹는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소경 제 닭 잡아먹기」등은 신용카드, 외채, 세금, 금리 등에 비유되었고, 「서울이 낭이라니까 과천부터 긴다」는 '과천' 이라는 지명이 있어 부동산에 비유되었다.「값싼 비지떡」과 「개 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산다」는 기업의 제품 생산과 기업윤리를 비유하였다.
문화와 관계된 맥락에서 활용된 속담은 풍속, 종교, 예술 등과 관련되어 활용되었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 「복날 개 패듯」,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등은 추석, 중복, 대한, 소한 등을 비유하였고, 「염불에 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에 빈대가 안 남는다」는 종교와 관련되어 활용되었다.
스포츠와 관계된 맥락에서 활용된 속담은 선수의 정신력, 경기, 체전 등에서 활용되었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작은 고추가 더 맵다」, 「범의 굴에 들어가야 범을 잡는다」등은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을 비유하는데 활용 되었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저 지나랴」와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먹는다」, 「배보 다 배꼽이 더 크다」등은 스포츠 선수 외에 관계자와 관람객 등을 비유하였다.
하나의 속담이 다양한 맥락 속에서 활용된 속담으로「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을 들 수 있다. 이 속담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정치, 사회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 환경, 스포츠 등 모든 영역에서 활용되었다. 이는 경 쟁사회 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살아가야 하는 대중들의 의식이 속담으로 반영되어 있는 것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손이 들이굽지 내굽나」는 속담은 우리나라, 정치인의 같은 당, 우리 팀 등 '우리'라는 집단의식이 강하게 작용하는 맥락에서 활용 되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활용된 속담은,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문헌이 지니고 있는 특성상, 각각의 속담이 대부분 정치적 맥락에서 사용되었다. 「고려 공사 삼일」은 고려의 정책과 정령이 자주 바뀐다는 뜻이지만 "조선공사 삼일"로 활용되어 조선시대 정치와 관련되어 활용되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할 때 처음에는 일을 잘하다가 나중에는 자주 바뀜을 지적하는 의미로도 활용되었다. 「쥐를 때리려 해도 접시가 아깝다」는 속담은 왕실의 계층 문화, 조선의 외교정책 등과 관련되어 활용되었고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놈을 못 막는다」는 속담은 도둑, 죄인, 오랑캐를 비유하는데 활용되었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조선왕조실록』과 <여적>에서 공통으로 사용된 속담의 활용 양상은 속담의 기본 형식에 낱말이나 어구, 어휘 등으로 대치한 것, 낱말이나 어구, 절 등을 첨가한 것, 속담의 앞뒤를 도치하여 활용한 것, 속담의 일부분을 축 약하여 활용하였다. 활용된 속담에 따라 그 의미가 축소, 유지, 확대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