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유아들에게 가장 보편적인 문학 형식이다. 특히 이야기와 함께 그림이 제시되는 그림책은 유아가 글을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림책은 유아의 감성적 측면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유아는 그림책의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느낄 수 있다. 그림책은 이러한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유아의 성장과 발달에 도움이 된다. 유아는 그림책에 나타난 주인공의 심리적인 갈등과 문제를 살펴보면서 자기 자신의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그에 따른 해결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부모는 그림책을 통해 성장 과정에서 자녀가 겪는 문제를 이해하고 자녀를 도울 수 있다.
케빈 헨크스(Kevin Henkes)는 깔끔한 문장으로 유아의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귀여운 캐릭터인 쥐를 등장시켜 유아들에게 친근하게 이야기를 서술한다. 이에 본 논문은 케빈 헨크스의 세 작품 『내 사랑 뿌뿌』(Owen), 『동생 줄리어스가 태어났어요』(Julius, the Baby of the World), 『난 내 이름이 참 좋아』(Chrysanthemum)을 선정하여 아동 발달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았다. 위의 작품들은 유아가 성장하는 과정 가운데 환경의 변화로 겪게 되는 유아의 심리적인 갈등을 심각하지 않고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이러한 심리적 갈등을 유머러스한 방법으로 해소하고 있다.
첫째, 『내 사랑 뿌뿌』의 주인공 오웬은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더 큰 사회인 유치원에 적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오웬과 정서적 유대를 갖는 담요 뿌뿌는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이 담요는 유치원에는 가지고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담요는 오웬에게 엄마를 대신하는 중간 대상으로서 안정감을 주는 물건이기에 오웬과 떨어질 수 없다. 이와 같이 오웬은 유아가 독립해 가는 과정에서 엄마가 아닌 다른 대상에 애착을 느끼며 퇴행의 모습을 보인다. 오웬이 겪는 이러한 심리적 문제는 담요가 작은 손수건으로 만들어지며 해결된다. 이는 원래의 대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다른 대상으로 옮겨지는 전치를 통한 해소이다.
둘째, 『동생 줄리어스가 태어났어요』는 오랜 시간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란 맏이가 동생이 태어나는 가정의 변화 가운데 겪는 유아의 심리적 문제를 다룬다. 주인공 릴리는 엄마와 아빠의 관심을 동생 줄리어스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며 동생을 질투하고 미워한다. 릴리는 엄마와 아빠의 관심을 되찾기 위해 아기처럼 행동하는 퇴행의 모습을 보인다. 이는 엄마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험성을 느끼는 분리불안의 모습이다. 또한 형제, 자매 사이에서 발생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관점으로 볼 때 릴리는 줄리어스를 경쟁의 대상으로 보고 괴롭히며 미워한다. 동생이 태어나면서 겪게 되는 릴리의 심리적 갈등은 타인을 인정하는 사회성 발달과 자신의 행동이 옳은지에 대한 도덕성의 발달을 통해 해소된다.
마지막으로 『난 내 이름이 참 좋아』는 친구들의 이름과는 달리 주인공 크리샌더멈이 긴 이름을 가지고 있어 친구들의 놀림을 받으며 또래집단에 적응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갈등을 겪는 이야기이다. 이는 유아가 자아존중감과 사회성 발달의 미성숙으로 인해 겪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부모의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을 갖고 유아를 대하는 교사와의 관계를 통해 해소된다. 이는 또래집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또래집단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헨크스의 세 작품은 유아들이 성장하는 가운데 겪을 수 있는 심리적인 문제를 심각하지 않게 공감할 수 있도록 다루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해소방안도 유머러스하고 희망적이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유아와 부모에게 모두 자신을 이해하고 자녀를 이해하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