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지난 7년 동안 '오래된 미래 - 아버지의 고향 그리고 나의 바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업한 결과이다. 안면도라는 공간 안에서 느껴졌던 자신의 자아와 정체성을 파악하고 동시에 작가, 가족 그리고 안면도가 가지는 공감대와 연계성을 통해 잠재된 내면의 기억을 구성, 도출해 내고자 한 것이다. 나의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나의 고향이 안면도이다. 세월과 문화를 달리했지만 안면도라는 같은 공간에서 느끼는 감정은 혈연-가족이라는 관계로 세상과 더불어 세월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 이 바다는 나의 할아버지가 보아왔고, 아버지가 보아왔고, 내가 보고 있다. 언젠가는 나의 후손들도 같은 바다를 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안면도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양면성 속에서 겪는 갈등으로 생겨난 정체성의 부재가 나를 안타깝게 만든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유엔환경계획은 『지구환경전망 2000』에서 "선진공업국들의 자원소비를 90% 감소시킬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10%를 줄여서 90%로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90%를 줄여야 한다는 제언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 세대는 큰 생명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라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자연파괴, 환경파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매일같이 신문에 나오고 TV에도 나온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경고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아무도 원하지 않는 삶을 다음 세대에게까지 물려주려고 하는가? 이에 대한 고민의 해결방안은 아이러니하게도 문제를 제시하던 안면도에 있었다. 오래된 바다, 현재의 바다, 그리고 미래의 바다인 이곳에서 '오래된 미래 - 아버지의 고향 그리고 나의 바다'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본 논문이 강조하고자 한 것은 경제발전의 성취와 함께 서구적 가치, 서구적 발전 모델만을 경쟁적으로 추구하는 물질만의 풍요가 아니라 참다운 의미의 풍요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긴 방황에서 돌아와 이제 내 눈앞에 선 안면도에서 내 자신을 되돌아봄으로서 작가의 의식변화와 자각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러한 자각은 소재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그 대상에 대한 접근방식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어지고 있다. 충격적인 표현방법보다는 일상적인 평범한 사물과의 만남을 통해 작품을 형상화하였다.
본 논문의 이러한 시도가 사진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아울러 현대 사진의 연구와 창작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