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기존의 신비평주의 문학 교육에서 소외되었던 학습자의 반응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텍스트 분석 중심의 기존의 문학 교육은 학습자의 능동적 의미 형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이는 수동적 문학 경험에서 벗어나 학습자의 심미적 읽기를 강조하는 로젠블렛의 문학 반응 이론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후기 구조주의와 구성주의 패러다임에 힘입어 독자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작품을 읽는데 있어 독자의 역할을 강조한 독자 반응 이론은 문학 감상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은 독자이고, 감상의 기준이 문학 텍스트에 있으며 독자와 텍스트의 상호 교통이 독자의 문학 반응을 활성화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며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로젠블렛은 반응을 '환기에 대한 반응'이라 보고 '반응(response)'과 '환기(evocation)'를 구별할 것을 강조한다. 그는 독자가 텍스트와 교류하는 과정을 환기와 반응이라고 보고 상호 연계성을 가진 두 단계로 세분하여 설명하였다. 환기의 개념을 "텍스트와의 심미적 거래동안 독자가 자신의 언어적 문화적 삶의 과거 경험에서 끌어 온 아이디어, 감각, 느낌, 이미지를 선택하여, 그것을 새 경험인 환기된 시나 소설 또는 희곡으로 종합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문학 반응을 마치 설명되지 않은 방식으로 그 작품을 형상화하고 있는 텍스트에서 방향이 지워진 것처럼 보는 관점도 있으나, 로젠블렛은 독자와 텍스트와의 상호 교통을 통해 일어난 것, 즉 환기에 반응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초등학생 5~6학년을 대상으로 문학 텍스트를 접한 후 로젠블렛의 반응 중심 문학 이론에 근거한 독후 활동 질문지를 통해 자신이 구성한 의미를 다양한 제재를 가지고 시로 표현해보는 데 목적을 두고, 독후 활동으로서의 시 창작 교육의 학습 모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문학 작품을 통해 자신이 속한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자신의 내면에 일어난 반응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시 창작을 통해 표현해 봄으로써 문학적 흥미를 배가시킴과 동시에 시 창작지도 방법을 통해 학생들의 시 창작 능력을 향상시키고, 아울러 창작이라는 문학적 성과를 거둠으로써 막연하게 어렵다고 생각한 시 창작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문학 반응 독후 활동으로서의 시 창작 수업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총 6차시에 걸쳐 세 편의 문학 텍스트를 읽은 후,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학 반응을 활성화하기 위해 연구자가 구안한 세 가지 독후 질문지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작성한 독후 질문지의 세 유형에서 학습자 스스로 시 창작으로 발현하기에 적절한 유형을 선택한 후 시 창작의 원리에 부합한 시를 창작하게 되었다.
연구자가 구안한 문학 반응 시 창작 수업 모형은 몇 가지 점에서 의의가 있다. 첫째, 시라는 장르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은 독후 감상문이나 일기문을 쓸 때 시로 표현하는 것을 즐겨한다. 이것은 창작이라는 고차원적인 작업에 대한 흥미보다는 시 창작의 특성 상 짧은 시간 내에 작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를 빨리 도출해낼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시 창작지도 수업을 해보면 일상적인 언어가 아닌 시의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이나 능력이 학년의 고저를 막론하고 일정한 수준을 넘지 못한다. 그러나 문학 작품을 읽은 후 작성한 질문에 의해 시 창작의 제재를 얻을 수 있고 그것을 시 창작의 원리에 의해 시로 나타냄으로써 시 창작이 결코 어려운 작업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둘째, 학습자가 시를 창작할 때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점이다. 학습자는 본 연구에서 문학 텍스트를 읽고 내면에 일어나는 반응을 시라는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이 꼭 문학 텍스트를 읽고 발현된 반응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 사물을 대상으로 받아들여 스스로 반응을 형성하면 그것이 훌륭한 시의 제재가 되는 것이다. 또한 '무엇을 쓸 것인가'가 정해지면 예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에서 모티프를 가져와서 표현하고자하는 '무엇'을 효율적으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자의 연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시 창작 교수-학습 과정을 통해 교수자는 학습자를 일정한 목표를 가지고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학습자의 반응을 적절하게 이끌어 내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수자는 학습자의 연령상의 특징을 고려하여 문학 텍스트를 선정하고,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시 창작의 원리를 가지고 독후 활동으로 시 창작을 함으로써 학습자가 시 창작에 대한 인식이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학습자가 문학 텍스트를 통해 나타낸 반응은 결코 교수자의 주입식 교육이나 학습자의 학습을 통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문학 텍스트를 통해 스스로 구성한 의미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시라는 도구의 사용 방법을 교수자는 알려주고, 학습자의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독후 활동으로서의 시 창작 수업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