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손님』은 기존의 분단소설과는 다른 거대한 통일담론을 담아내며 분단으로 인한 비극의 극복과 민족적 화해 가능성의 재조명을 통해 새로운 분단 문학의 지평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탈냉전의 시대를 맞이한 21세기에 우리 민족이 분단의 고리를 끊어 내고 새로운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맞이하여야 하는 소명을 작가 황석영은 『손님』을 통해 제시하려 한 것이다.
『손님』에 대한 작품 연구는 작가의 말에서 이미 언급된 서사구조의 전통적 차용, 그리고 탈냉전시대를 맞은 분단의 극복을 위한 방안의 제시라는 점에 편중되어 온 실정이다.
이에 본고는 『손님』의 형식적 측면과 내용적 측면의 복합적 고찰을 통해 작품의 구조와 인물, 서술자의 다변화에 대해 분석하여 보았다.
그 결과 첫째, 작가 황석영이 『손님』에서 사용하고 있는 서사구조는 신천 사건이 황해도에 일어났다는 점을 들어 황해도 진혼굿인 황해도 진오귀굿의 서사 구조를 이용하려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황해도 진오귀굿을 그대로 차용 했다기보다는 진혼굿의 보편적 구조를 이용해 오랜 해원이 이루어져 망자들이 천도를 하는 것과 같이 이 땅위에 남겨진 생자들의 해원을 모색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둘째, 『손님』은 '간접화 현상'을 겪은 '문제적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있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문제적 주인공'이 피해자들의 귀신과 망자로서의 해후를 통해 화해와 상처의 치유를 이루어 내고 '초월'을 이루어 내는 과정이 제시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셋째, 작가 황석영은 서술자의 다변화를 통해 작품에서 나타내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를 가장 잘 드러내었음을 확인해 보았다. 주인공에 국한된 것이 아닌 여러 주변 인물들을 1인칭 서술자로 설정하여 그들의 주관적인 이야기를 이끌어 내고 있었다. 자신의 입장을 서술하는 각 인물들의 모습을 제시해 한 가지 사건에 대한 여러 가지의 다른 시각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작가는 신천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을 독자에게 유보하였던 것이다.
황석영은 『손님』을 통해 냉전체제의 붕괴 이후 변화하는 분단 현실에 대한 객관적 통찰을 이루어 내었으며 고통의 현실과 역사를 용서하고 화해와 상생의 미래를 기약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였다는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