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은 서울 도심에 위치하여 인왕산을 배경으로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역사와 문화적 자원이 풍부한 한국의 대표적인 역사문화경관 지역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시대의 변천과 함께 변화를 거듭해온 현재 서촌의 모습을 볼 때 서촌이 지녔던 자연경관의 아름다움과 서촌만이 간직한 장소성은 경제성에 힘입은 개발의 논리에 밀려 점차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본 연구는 서촌 경관의 가치를 인식하고 경관의 보전과 보호를 위하여 원형경관, 경관변천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보전과 복원 가능성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본 연구를 통하여 도출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서촌의 경관은 산맥과 물길을 골격으로 하는 자연경관과 사상적 배경을 지닌 귀족문화 그리고 중인들의 위항문화가 어우러진 우수한 역사문화경관이다. 현재까지 진경문화를 바탕으로 한 경관텍스트인 시, 유산기와 같은 문학작품과 진경산수화의 회화작품이 많이 남아있다. 따라서 자연경관이 보전되어 있으며 학문과 사상을 바탕으로 진경문화가 꽃 피웠던 조선 후기의 경관을 원형경관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서촌의 경관은 경복궁의 인근에 위치하여 정치적·사회적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일제 강점기의 주체 세력의 변화, 해방과 전쟁, 이후에 진행된 근대화와 산업화로 인하여 서촌인구는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그 결과 과거 궁지에는 일본 관련 건물이나 공공건물이 들어왔고 무계획적으로 주거지가 확대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서촌의 자연경관은 훼손되었고 그 역사성을 잃어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넷째, 서촌의 물길은 청계천의 발원지인 백운동천과 옥류동천이 합류되어 흐르는 의미 있는 곳으로 복원의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물길의 복원은 생태적으로 지형, 지세를 고려하고 풍토에 적합한 개발이 되어야 할 것이다.‘인왕산 아래 백운동천 물이 동남으로 흘러 자수궁 다리를 거쳐 금청교로 흐른다.’는 한경지략의 기록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물의 연속적 성질을 살리기 위하여 서촌의 물은 청계천으로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서촌물길의 복원에 있어 역사성과 연계된 복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즉 백운동천은 선원 김상용의 청풍계 원림에 있던 조심당, 함벽당, 척금당 등 삼당을 함께 복원해야 하며 옥류동천의 복원은 청휘각과 송석원이 계류와 함께 복원계획이 세워져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다섯째, 서촌은 인물과 관련된 경관이 우수한 명소가 많다. 본 연구는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을 중심으로 인왕산 인근의 명소로서 필운대, 수성동, 청휘각과 송석원, 세심대, 청풍계 등 5곳을 선정하였다. 서촌 명소의 위치는 대부분 일정 고도 이상의 경관이 우수한 지역에 위치하며, 물과 관련이 있으며, 인물과 관련된 풍부한 인문환경요소를 지니고 있다. 명소의 현황을 분류하면 이미 주거지화 되어 있어 명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곳(청휘각과 송석원, 청풍계),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으나 훼손의 정도가 심한 곳(필운대, 수성동), 아직 훼손이 되지 않았으나 훼손 가능성이 있는 곳(세심대, 청풍계 인근의 백운동 계곡) 등으로 나눌 수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해서 명소별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조망경관이 우수하였던 필운대와 세심대는 조망권 확보가, 청휘각과 송석원 지역과 청풍계 지역은 계류와 연계된 복원계획이, 지형과 녹지의 보전 상태가 좋은 세심대와 백운동 계곡의 녹지는 보호를 위하여 보호지역지정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즉 필운대는 조망권 확보 및 주변 암반 보호를 위한 문화재 복원을, 수성동은 현재 복원 중인 공원화 사업을 중심으로 복원지역의 확대를, 청휘각과 송석원 청풍계 지역은 인물과 연계된 역사성을 포함한 물길의 복원을, 세심대와 백운동 녹지지역은 보전을 위한 보호구역설정이 요구된다. 서촌의 경관보전계획은 서울 성곽을 위시한 서울의 세계문화유산 추진과 문화재로서 명승적 가치를 제고시키는데 이바지할 것이라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