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도는 한자문화권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조형언어로, 우리 민족의 사상과 신앙, 민족 고유의 감정이 여러 고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여 표현된 복합적인 형식의 그림이다.
본 논고에서는 문자도 중 조선후기에 크게 확산되었던 효제문자도를 주요 연구대상으로 하여 그 형성의 사상적 배경을 알아보고, 표현내용과 소재의 상징성을 분석하고 이를 통하여 유교를 국가의 지도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 민중의 사상을 알아보고, 또한 효제문자도가 현대회화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았다.
먼저 한자문화권의 중심인 중국의 문자도의 기원격인 조충서와 비백서에 관해 연구하였는데, 비백서는 단순히 비백으로 글자를 쓰는 것에서 나아가 점과 획에 꽃이나 새, 짐승의 형상을 그려 넣어 장식한 것으로 효제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문자도는 초기에 중국으로부터 유입되었으나, 후기에는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맞물려 더욱 다양하게 전개해 나갔다. 조선 후기의 사회는 실학의 발달과 함께 중인층의 성장에 따른 영향으로 회화에 있어서 민화의 대유행을 보였고, 효제문자도 또한 서민교화와 장식의 목적으로 확산되었다.
효제문자도는 유교의 도덕 강령인 효(孝)·제(悌)·충(忠)·신(信)·예(禮)·의(義)·염(廉)·치(恥), 여덟글자를 복합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각 문자는 고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 내용에 해당하는 소재들을 상징화하여 다양하게 표현하였다.
다음으로 효제문자도에 표현된 조형적인 특성을 보면, 그 선의 표현은 강한 농묵으로 진하게 표현되기도 하였고, 자유분방한 그리고 다분히 추상적인 선으로 표현되기도 하였으며, 그림에 쓰여진 색채는 음양오행사상의 오채(五彩)를 바탕으로 하였는데, 이는 문자도 초기의 차분한 색채와 달리 중국의 음양오행사상이 유입되면서 변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효제문자도가 현대회화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았다. 현대회화에서 문자를 작품의 소재로 이용한 국내 작가, 이응로, 남관, 김치현, 이창규의 작품을 살펴보고 한자 뿐 아니라 한글을 조형화하여 더욱 발전의 가능성을 마련한 작품들을 감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