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매일신보』에 「반딧불」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김영일(金英一, 1914~1984)은 작고하기까지 50년간 아동문학만을 창작하였다. 특히 그는 1937년에 자유동시를 주창했으며, 당대 아동문학의 주류적 경향이었던 동심주의나 교훈주의를 본격적으로 배격했던 아동문학가라는 점에서 문단에서 나름대로의 주목을 받아 왔다. 더욱이 김영일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다양한 장르를 모색하면서 독자적인 창작기법으로 아동문학을 수행한 작가였다. 요컨대 김영일은 일제 강점기에는 자유동시, 한국전쟁 시기에는 전시동요, 그리고 그 이후에는 동극·생활동화를 주요 장르로 주목하여 창작하였다.
김영일은 동심의 새로운 모색을 통한 아동문학적 소명의식을 내세워, 당시 아동문학을 개척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했던 『어린이』가 지닌 동시의 정형률을 탈피하였다. 이 점은 1950년에 '아동자유시집'이라는 표제를 단 그의 첫 동시집 『다람쥐』에서 확인된다. 이어서 전시체제에서는 동요집을 발간하고, 1950년 이후에는 현실성 짙은 동화를 창작하였다. 이렇게 김영일의 아동문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문학의 형식을 표현해 나갔는데, 이로써 당대의 아동들에게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힘과 미래의 꿈을 심어주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먼저 동시의 양상을 보면, 김영일의 첫 동시집 『다람쥐』는 간결한 시형태의 단시를 지향하였고, 증보판으로 낸 『다람쥐』(1963)와 『봄동산에 오르면』(1979)에 이르러서는 연·행을 늘여 시적 호흡이 길어지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그 이유는 그의 아동문학의 관심이 자연에서 점차 휴머니즘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동되어 갔기 때문이며, 또한 그 당시 그가 동화에 주력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된다. 그리고 문체적 특성으로는 종결어미 '-다'가 유난히 많이 나타나고, 의성·의태어의 사용이 빈번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끝 연에 나타난 종결어미 '-다'는 김영일 동시에서 내용을 선명하게 유도하면서 생기를 주어, 생동감 있는 동시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김영일은 의성·의태어를 적절히 사용하여 의성어를 통한 청각적 이미지와 의태어를 통한 시각적 이미지를 적절히 작품 창작에 활용하였다. 한 번 사용한 의성·의태어는 가능한 중복을 자제하고 적은 숫자의 음절을 많이 사용하여 시적 표현의 절제를 보여주었다.
김영일의 동시에서 가장 많은 시적 소재인 자연물은 '의인화'를 통하여 시적 화자와 친구 관계로 형상화되고, 자연끼리도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여 자연세계에 온기를 더해 주었다. 이는 그 당시 『어린이』의 동시들에서 시적 화자와 자연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것과는 상반된다. 그리고 김영일의 동시는 내면에 흐르는 그리움의 대상인 '어머니'를 직접적으로 나타내지 않고 '아기'로 대치하여 나타내었다. 이에 반해 『어린이』에서는 부재하는 어머니에 대한 아쉬움과 원망의 감정이 빈번히 나타난다. 그리고 김영일 동시에는 고향에 대한 직접적 언급보다는 그에 대한 시인의 마음을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이미지화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고향을 환기하였다. 이것 역시 과잉 감정에 빠져 감상적으로 고향을 토로한 『어린이』의 동시와는 차별화된다.
다음으로, 김영일의 동요는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다 보니 김영일 동요의 음수율은 행진곡의 노랫말에 활용할 수 있는 쉬운 율조 중 하나인 7·5조가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3음보가 특히 『소년 기마대』(1951)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3음보는 가창에 적합하고 경쾌한 리듬으로 감각적 행진곡 풍에 알맞게 활용되고 있다.
동요에 나타난 정서를 살펴보면, 초기 동요집인 『소년 기마대』는 반공사상이 농후하게 나타나지만, 『새음악』(1952)의 동요는 전쟁을 복구하자는 정서로 변화된다. 그리고 '평화 인식'을 지향하는 정서가 나타나고 있으며, '상실감과 고향 회귀'를 드러내는 동요에서는 귀향을 이미지화한 시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한편 유희성이 강한 동요에는 '놀이의 정서'가 드러나 전쟁에 찌든 아동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끝으로, 김영일 동화는 전후에 본격화되어 대개 현실적인 소재와 일상어를 도입한 사실적 묘사기법으로 창작되었다. 그러나 동화의 특성인 환상성도 작품 속에서 간간히 나타나고 있는데, 그것이 장편에서는 전설로, 중편에서는 꿈으로, 그리고 단편에서는 의인화로 형상화되었다. 이러한 기법은 현실에서 극복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환상의 힘으로 해결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동화에서는 힘이 약하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서민을 전형적인 인물로 부각시키고 있다. 서민들의 가정을 설정하고 아동들의 놀이를 통하여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진실을 왜곡하지 않고 사실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작품 속에 나타나는 해학적인 장면들이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현실의 장애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위와 같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김영일 아동문학은 작품 외적 이유로 인해 당대의 아동문학가들에 비해 문학적 가치나 문학사적 평가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본고는 김영일이 전형적인 형식과 상투적인 동심의 정서에 얽매여 있던 기존의 동시세계를 탈피하여 근대적 자유동시를 개척한 점, 나아가 평생을 통해 아동문학의 여러 장르를 섭렵하면서 보여주었던 다양한 아동문학의 세계를 학문적으로 재평가하였다. 이를 통해 김영일의 아동문학의 전모는 물론 한국아동문학 발전에 기여한 점을 밝힐 수 있었다. 나아가 본고는 김영일 문학이 한국문학장 속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가치를 구명하는 일계기가 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