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00년에 노인인구가 7.2%를 기록하면서 본격적으로 ‘노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치매·중풍을 비롯한 노인성 질병을 앓고 있는 노인의 수도 크게 증가하였다. 2003년도 조사를 살펴보면 65세 이상 노인의 14.8%인 약 59만 명이 장기요양보호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전까지 요양보호를 비롯한 노인문제는 노인 개인과 그 가족만의 문제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노인의 증가와 가족구조 그리고 사회의식의 변화에 따라서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과 사회연대책임을 요구하는 시대적 문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7월1일부터 노인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장기요양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전문가 확보와 시설의 확충 등 정책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노인의 질병과 욕구를 포함한 노인문제 등의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어야만 한다. 노인들의 살아온 삶이 다양한 만큼 그 계층이나 가족구조 그리고 개인의 욕구 또한 다양하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것에 초점을 두고 아직은 건강하지만 언제라도 치매와 중풍 등의 노인성 질병으로 인하여 장기요양보호 대상자가 될 수 있는 5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급여서비스 욕구를 연구하게 되었다. 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현금급여, 재가급여, 주·야간보호(재가급여), 시설급여에 대한 서비스욕구의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 분석방법에서는 엔더슨 & 뉴만(Andersen & Newman)의 분석모델 이론에 따라 소인요인, 가능성요인, 욕구요인으로 나누어 독립변수로 삼았으며 급여서비스 욕구는 이들 독립변수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종속변수가 된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각각의 독립변수에 따른 급여서비스 욕구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를 연구과제로 설정하여 실증적으로 조사·분석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서 얻은 결과물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급여서비스 욕구에 대한 조사에서 소인요인, 가능성요인, 욕구요인에 관계없이 시설급여에 대한 욕구가 가장 높았다. 특히, 70세 이하 노인에게서 시설급여에 대한 욕구가 가장 높았으며 76~80세 노인에게서는 재가급여에 대한 욕구가 58.8%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젊은 노인일수록 가족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시설에서 조용히 보내겠다는 입장인 반면에 연세가 높은 노인은 대체로 정든 가정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사에서도 해당급여에 대한 욕구를 갖게 된 이유를 묻자 70% 정도의 노인들이 위와 같은 뜻을 표시하였다.
둘째, 생활수준의 정도에 따른 급여서비스 욕구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에서는 카이제곱검증에 의해서 유의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생활수준 상ㆍ중ㆍ하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류층에서는 장기 요양보험제도에 구애받지 않고 노인병원이나 일반병원 등에서 입원하여 치료받겠다고 응답한 노인이 50%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재가급여와 주ㆍ야간보호가 각각 25%로 나타났다. 중류층에서는 장기요양보호시설에 입소하여 보호받겠다는 대답이 47.1%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은 재가급여 25.7%, 현금급여 17.1%로 나타났다. 하류층에서는 시설급여가 51.5%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재가급여 30.3%, 현금급여가 15.2%로 나타났다. 이로써 시설급여서비스에 대한 높은 욕구를 가지신 노인들은 중ㆍ하류층의 노인이라는 것이 연구를 통해서 밝혀졌다.
셋째, 요양보호대상자가 된다면 자신을 누가 돌보아 주기를 바라는가에 대하여 남자 노인은 배우자가 돌보아 주기를 원한다고 답한 경우가 54.2%, 여자 노인은 요양보호사 등 전문가를 선택한 경우 50.7%로 나타났다. 따라서 남자 노인은 배우자에게 많은 의지를 하는 반면에 여자 노인들은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족보다는 요양보호사 등 전문가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넷째, 요양보호대상자가 된다면 가족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55세~60세의 노인들은 가족의 요양비용 부담을 60.7%로 제일 중요하게 꼽았으며 71~75세에서는 62.5%, 81세 이상에서는 69.2%가 대·소변·목욕·식사 등의 수발이라고 응답하였다. 이로써 젊은 노인들은 가족의 경제적인 면에 심적 부담을 가지고 있으며, 연세가 높은 어른일수록 자신을 돌보는 가족의 육체적 어려움에 많은 부담을 갖고 있음이 밝혀졌다.
다섯째, 요양보호시설이나 재가방문요양시설 모두에 대하여 노인들은 무엇보다도 친절하고 상냥하며 편안한 곳을 원하였다. 즉, 훌륭한 시설이나 건물 외형보다 노인에게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는 직원들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따라서 장기요양보호시설과 재가방문요양시설의 충분한 확보와 더불어 요양보호사 등 전문가와 시설종사자에 대한 교육 강화로 수준 높은 요양보호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섯째, 아직도 많은 노인들이 노인복지서비스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인요양원 같은 시설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홍보에 있어서 보다 더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강구해 나가도록 힘써야만 하겠다.
이상과 같은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 그동안 노인과 그 가족에게만 떠맡겨져 왔던 요양보호문제를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책임져가는 보편적 복지제도-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많은 후속 연구들이 이어지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