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서울의 도시 풍경을 형성하는 잠재적 인자로서 경사지 주거 지역에 주목하고 새로운 변화 방향에 대한 제안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이다.
서울 도시 풍경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과거 서울 도시 발생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산으로 둘러싸인 서울의 지형(Topography)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도시가 고밀화 되어 감에 따라 이러한 산지 지형은 도시의 저소득층의 무단점거에 의해 자연발생적 주거지의 모습으로 변모되어 갔으며, 지금은 경사지를 따라 빼곡히 들어차 있는 주거 모습들이 서울의 특징적인 풍경으로 인식되어진다. 이러한 주거지역은 과거 도시 성장과정의 일면이며, 현재 다양한 도시의 생산력을 만들어내는 수많은 도시 구성원들이 삶의 터전으로서 그 존재 가치를 가진다. 그러나 현재는 시간의 퇴적층이 두터워져 대부분 도시의 노후 불량환경 요소로 분류되어지고, 뉴타운 개발이라는 무분별한 거대 재개발의 압력에 고유의 풍경을 하나둘씩 잃어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도시 저소득층의 노후 불량 주거환경이라는 경사지 주거지에 대한 나쁜 인식의 틀을 벗고, 이것을 서울 도시 풍경의 아이덴티티를 생성할 수 있는 높은 잠재성을 가진 주요 인자라는 것을 인지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것이 더 이상 도시의 불량 환경으로 남지 않고 도시민들의 수많은 삶의 모습을 기록하는 다양한 도시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연구의 내용은 노후 불량 경사지 주거지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통해 성립배경, 현황 및 특성을 파악하고,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정비수법에 대한 문제 제기과정을 통해 새로운 도시재생수법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진행하였다.
이론적 고찰과정을 거쳐 구체적으로 디자인 프로세스를 진행한 대상지는 서울시 용산구 용산 2가동으로 일명 해방촌으로 불리는 곳으로 총면적 2.04㎢의 노후 경사지 주거지역이다. 초기 도시 계획적 측면에서 마스터플랜 작업을 통해 새로운 도시 재생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이후 대상지 내 좀 더 구체적 영역을 설정하여 경사지형에 적용될 수 있는 집합 주거 유형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우선 경사지 주거 단지 계획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기 위해 경사지 주거지 계획 시 요구되어져야할 조건을 설정하고, 이렇게 설정된 제한조건을 바탕으로 현 경사지 주거지가 가지는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파악한 후 크게 Master flow, Master program, Master density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도시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선행 작업을 통해 설정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가장 다양한 산지 지형적 특성이 나타나는 세부 블록을 선택하여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는 세 가지 다른 유형의 단위 주호 형식을 계획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 과정을 통해 서울 , 도심 노후 경사지 주거지의 특성과 문제점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지형의 잠재성을 고려한 새로운 도시 재생 수법을 제안하고자 하였으며, 더 나아가 도시 서민층의 삶의 공간으로서 다양한 방식으로 지형에 순응하는 단위 주호 유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