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의 목적은 영산강유역 단경호의 형식분류를 통해 변천과정과 배경을 밝혀 당시의 문화양상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단경호는 삼국시대 전반에 걸쳐 다양한 유구에서 출토되는 기종으로 통시적인 연구에 있어 좋은 자료이다. 그러나 단독적인 단경호의 연구는 미비하며, 유구의 변천을 잘 보여주는 기종으로 제시되지만 유구의 성격에 따라 매장유구나 생활유구로 나누어져 연구되었다. 본고에서는 매장·생활유구를 모두 포함하는 형식분류를 통해 영산강유역 단경호를 살펴보고자 한다.
단경호는 오랜 기간 동안 사용되는 기종으로 단절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계기적으로 변화한다. 이에 따라 명목형 속성과 연속형 속성을 결합하여 개개의 형식분류가 아닌 군집으로 분류를 하였다. 형식분류에 있어 첫 번째 기준으로는 명목형 속성인 저부 형태와 구연부 형태를 삼았다. 저부 3개 형태와 구연부 4개 형태를 조합한 12개 형식에 대하여 연속형 속성인 구형도를 두 번째 기준으로 하여 네 개의 군집으로 분류하였다. 군집 분류의 보조적 수단으로는 각 형식 단경호의 문양 구성에 대한 판별분석을 이용하였다. 단경호는 저부가 원저→편평 말각평저→오목 말각평저로, 구연부는 직립에 가까운 외반이거나 동체에서 단순외반되는 형식→호형(弧形)외반→호형외반되고 구순부에 홈이 있는 형태로 변화하며, 전체적으로 동체는 구형화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군집별 분류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서 판별분석뿐 아니라 단일유구에서 둘 이상의 형식이 어떻게 공반되는지 살펴보았다. 또한 유구 종류 중에서 가장 많은 형식의 단경호가 출토되는 옹관묘를 통해서 각 형식·군집의 공반양상을 확인하였다.
영산강유역 단경호의 변천은 크게 3분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1분기는 3세기를 전후한 시점부터 4세기 중반까지로 주로 주거지와 방형·제형의 분구에서 많이 출토되는데, 단경호의 저부는 주로 원저이거나 편평 말각평저의 형태를 띤다. 2분기는 4세기 중반부터 5세기 중반까지로 제형 분구의 크기가 커지기 시작하며, 가야계 토기가 유입되고 유공광구소호 등 새로운 기종들이 등장한다. 단경호는 원저나 편평 말각평저의 저부에 구순부에 홈이 돌아가는 구연부 형태가 나타난다. 3기는 5세기 중반 이후로 주로 석실묘나 주구에서 출토되는데 분구의 형태는 방대형이나 원형이다. 단경호의 저부 형태는 대부분 오목 말각평저이며, 매장유구 및 생활유구에서 다양한 백제계 토기들과 공반되는 양상을 보인다.
본고에서는 매장유구와 생활유구를 아우르는 형식분류를 시도하였으며, 그 결과 두 유구는 동일한 변천양상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한 변천의 요인은 당시 사회·경제·정치적인 요소들을 들 수 있다. 1기에서 2기로의 변화는 백제 및 왜·가야지역과의 교류를 통한 기술의 유입으로, 2기에서 3기로의 변화는 영산강유역 내의 기술적인 진보를 의미하는 동시에 강한 문화적·정치적 동질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