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의 납부형태는 화폐제도의 발달 정도에 따라 변화되어 왔는바, 화폐경제가 확립된 현대에서는 조세징수 및 재정집행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금전납부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 거액의 조세부담이 발생한 납세의무자에게 금전납부의 원칙을 고수한다면, 납세의무자는 조세채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유동성의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점을 고려하여 조세법에서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금전납부의 원칙을 완화하여 금전과 등가인 다른 재산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물납제도를 허용하고 있다.
현행 조세법상 물납이 허용되는 조세로서는 상속세 및 증여세, 법인세, 양도소득에 대한 소득세(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이 있다. 최근에는 창업 제1세대의 은퇴, 금융자산에 대한 선호의 증가 등에 따른 물납제도에 대한 관심 증가 및 비상장주식에 의한 급격한 물납의 증가에 따라 물납제도에 관하여 현실적인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를테면 현행 조세법상 물납규정의 미비점과 관계당국의 관리·처분의 미흡 등으로 인한 국고손실, 물납 이행자와 현금 납부자와의 형평성 침해, 부의 변칙적인 이전 수단으로 물납이 악용되는 등이 물납제도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점인 것이다.
과세당국은 이러한 폐단을 해결하고 물납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여러 차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하였으나, 아직까지도 비상장주식의 물납대상재산에서의 제외 여부와 공매가액의 시가 인정 여부 등에 대하여는 계속적인 논쟁이 일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물납제도를 전체적인 틀에서 이론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주로 당장에 제기된 문제의 임시변통적인 해결과 정책적인 관점만을 고려하여 법률개정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물납제도에 관한 실질적인 연구가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여 본 논문에 있어서는 현행 물납제도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문제점을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중심으로 검토하여 물납제도에 관한 법적 재정비의 필요성을 논의하고 그 보완책을 모색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즉 본 연구의 범위는 현행법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의 물납절차를 물납의 선택단계, 물납의 신청·허가단계, 물납의 수납단계, 사후관리단계로 구분하여 그 일련의 절차에 관하여 고찰하였다.
연구방법으로서는 문헌연구방법을 택하기로 하였으며, 따라서 물납제도에 관한 기존의 저술과 논문 및 판례 등의 각종 문헌을 검토·분석하였다. 그리고 입법적 시사점을 얻기 위하여 일본의 물납제도와 미국의 조세납부방법에 대하여 비교·분석하였으며, 영국·독일·프랑스의 조세납부방식을 간략히 소개하면서 입법정책적 시사점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이상과 같은 연구의 결과 본 논문에서 현행 조세법상 물납제도에 관하여 지적하고자 하는 문제점과 그 개선방안의 골자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물납제도는 조세부담의 일시성과 거액성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런데 물납제도가 허용되기 위한 전제조건에 해당하는 조세부담의 일시성과 거액성은 상속세 및 증여세를 제외하고는 충족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현행 조세법상에서 물납의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고, 장기적으로는 상속세 및 증여세를 제외한 법인세, 소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의 물납제도는 이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본다.
둘째, 조세납부의 완화규정에 해당하는 연부연납 및 납부기한의 연장과 물납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조세채무를 이행함에 있어 이들 양자가 연계되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재정립하여야 한다. 예컨대 물납과 연부연납은 현재 수평적 선택 관계에 있으나 금전납부에 해당하는 연부연납이 물납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순차적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현행 납부기한의 연장 사유는 매우 특수한 경우로 한정되어 있어 일반적인 납세의무자로서는 그 활용이 쉽지 않기 때문에 납부기한의 연장 사유에 물납요건이 충족되는 경우를 포함시켜야 한다.
셋째, 물납의 허가기준이 조세부담의 수준과 과세대상의 구성으로 판단되고 있어 획일적이고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금전납부의 곤란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물납허가시점에 납세의무자가 보유하고 있는 금전재산과 향후의 수입, 기본적인 생활비와 사업 운영자금 등과 같은 금전능력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금전납부가 곤란한 납세의무자에게 물납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당해 금전납부의 곤란성 기준을 구체화하여 물납허가의 한도액을 정확히 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물납대상재산의 범위에 선박 등 동산과 예술품 및 문화재를 포함시켜야 한다. 상속재산 또는 증여재산 중 선박 등 동산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에는 납세의무자의 편의를 위하여 이를 물납대상재산에 포함하여야 하고, 예술품 및 문화재 등도 문화재의 보호 및 양성화, 유통구조의 개선 등을 위하여 물납대상재산에 포함되는 것이 필요하다. 비상장주식의 물납대상재산에 대한 포함 여부에 관하여는 비상장주식을 물납대상재산에서 제외한다면 선의의 납세의무자의 재산권 및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문제가 대두한다. 따라서 비상장주식의 물납은 허용하되, 현행 조세법에서 물납요건의 구체화, 비상장주식에 관한 관리·처분기준의 명확화, 비상장주식 평가방법의 개선, 비상장주식의 공매를 위한 정보시스템의 보완 등과 같은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다섯째, 물납대상재산의 관리·처분기준을 명확히 하여야 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규정된 관리·처분기준은 예시적인 것이므로 매우 미흡한 수준에 있다. 이로 인하여 납세의무자와 과세당국 사이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어 관리·처분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과세당국은 이러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데에 소극적이었지만, 이 관리·처분기준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과세관청이 물납허가를 시행함에 있어 확실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비상장주식의 관리·처분기준은 해당 자산이 지니는 특성인 정보의 불균형과 해당 자산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실적기준을 포함하여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섯째, 물납재산의 수납가액에서 물납재산의 가액이 현저하게 하락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상승하는 경우도 수납가액 산정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물납대상재산의 가액이 하락할 경우에만 수납가액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다면, 과세당국의 징수 측면에서는 유리하나 납세의무자의 입장에서는 재산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 또한 변동 폭의 50% 설정은 일반적이지 못하며, 현행 조세법 하에서 현저한 가액의 차이로서는 법인세법의 간주기부금 규정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고가양수·저가양도의 30%로 동일하게 축소하는 것이 국고 손실과 납세의무자의 권익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일곱째, 비상장주식의 공매가액 시가인정 여부에 대한 검토를 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즉 비상장주식의 공매가액은 경매, 수용의 경우를 같이 취급하여야 한다는 점과 현재 공매 받은 자가 상속인 등 특수관계인이거나 특수관계인 등이 아니더라도 소액주주지분에 상당하는 수량으로 거래하는 경우와 수의계약으로 경매·공매 받은 경우에도 시가로 인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 다만, 공매가격의 조작은 조세포탈과 입증절차로 일부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덟째, 현행 물납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서는 물납재산의 매각의뢰제도, 취득원가 계산의 특례, 조건부 허가 및 조치 명령제도, 물납철회제도 등이 있다. 매각의뢰제도는 현재 양도소득세의 1세대 1주택의 특례 등 비과세 및 중과세 제외요건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과거 구토지초과이득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던 것으로서 물납요건이 충족될 경우 매각의뢰를 할 수 있는 입법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조건부 허가 및 조치명령제도, 물납철회제도 등의 물납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하여 납세의무자의 편의를 제공하고 조세징수권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