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의 도입을 의무화한 지방분권특별법이 2004년 1월 제정됨에 따라 50여년간 거론되어 왔던 자치경찰제의 도입이 현실화 되고 있다. 이를 구체화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의 로드맵에 따르면 2005년까지 관련법을 제·개정하여 자치경찰제의 도입준비를 마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 로드맵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자치경찰제 도업이 실현되기까지 앞으로 1년여 밖에 남지 않았다.
이처럼 정부부문의 추진이 진행되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학계, 시민 사회단체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한데, 이는 1999년에 이미 공론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도입 방향이 사실상 정해졌다고 인식하는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당시의 자치경찰 모형과 최근 거론되는 모형 사이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격차가 있으며, 자치경찰제의 도입 자체에 대하여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겹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의 자치경찰제를 도입할 것인가, 어떤 모형을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오히려 이제부터 더욱 구체화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논문은 이러한 시점에서 자치경찰제 모형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는 1999년 1년간 필자가 경찰청의 자치경찰기획단의 법제팀장으로 근무한 경험과 한양대학교 지방자치 대학원에서의 연구를 바탕으로 문헌연구를 중심으로 진행하였으며, 특히 관련자료 분석에 주력하였다. 연구는 정부의 자치경찰제 도입 추진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이에 추종하기 보다는 실무경험과 학문적 소신을 바탕으로 진행하였다.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를 고찰한 결과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제의 한 부분이므로 지방자치 체제와의 충돌을 최소화 하되, 지역정치권으로부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60년간 국가경찰체제를 유지한 우리나라의 치안실정을 감안하여 능률성을 보장할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어진 선진 외국의 자치경찰제도 연구에서는 각국의 자치경찰 조직은 국가경찰과 지방경찰을 분리 또는 병행하고 있으며, 영국경찰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그리고 자치단체의 상호견제를 한다는 점, 미국경찰은 특유의 첨단기술로 자치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점, 독일경찰은 주단위의 독립된 경찰조직으로 우리나라의 실정과 유사하다는 점, 프랑스는 국가 경찰 체제이나 적절한 수준의 자치경찰요소를 가미하여 민주성을 보장한다는 점, 일본경찰은 우리나라의 현실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적절한 타협을 하고 있다는 시사점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자치경찰 구성모형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의 치안여건과 지방자치의 실정을 감안할 때 독립형과 종속형의 장점을 절충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본 논문이 결론으로 제시한 자치경찰 운영모형은 다음과 같다.
① 자치경찰의 기관 및 인사관리
자치경찰의 도입 단위는 광역행정단위로 하며, 市道에 경찰행정을 일반 행정과 분리시킨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되 기관 대립형을 취한다. 자치경찰의 집행기관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하여 市道의 인구 등을 고려한 5-11인 규모의 시도경찰위원회를 구성하고 의결기관은 市道議會로 한다.
시도경찰위원회 산하에 시도경찰청을 두고 시도경찰청에는 시도경찰위원회의 輔助機關 성격을 띤 시도경찰청장을 두고, 시도경찰청장 산하에 경찰서를 둔다.
자치경찰조직은 자치사무는 물론, 국가경찰사무도 단체 위임받아 수행한다. 국가경찰에는 이와 별도로 국무총리소속하에 국가경찰위원회를 두고 국가경찰위원회 소속으로 경찰청장을 두며, 市道에 자치경찰조직과 별도로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설치하여 광역수사, 정보 등 단체위임하기 부적절한 사무를 국가경찰이 직접 수행한다.
시도경찰위원회는 시도지사가 임명하되 위원의 과반수를 시도의회가 추천하고, 시도경찰위원회의 인원에 따라 1-2명은 국가경찰위원회가 추천하도록 하여 주민 대표성과 국가경찰과의 조화를 꾀하였다.
시도경찰청장은 시도경찰위원회의 보조기관으로써 부지사나 부교육감의 사례에 준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되 시도경찰위원회가 추천하여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경찰서장은 시도경찰위원회가 시도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 추천하여 경찰청장이 임명한다.
시도경찰청 소속 경정 이상의 경찰공무원은 국가공무원으로 하고 경찰청장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며 경감이하의 경찰공무원은 지방공무원으로 하고 시도경찰위원회가 임명한다.
② 자치경찰의 재정
별도의 재정 조치가 없이 자치경찰이 도입되면 자치단체는 지방경찰 예산규모 만큼의 신규 재정 부담이 중가하게 된다. 따라서 현행 지방경찰예산 수준을 국가에서 자치경찰 재정으로 지원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시도경찰재정 교부금을 운용하고 국가예산의 범위 내에서 국고보조를 하며 자치경찰 재정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시도경찰특별회계를 신설 운용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자치경찰 사무의 수행에 필요한 재정은 자치경찰이 부담하고 국가경찰사무를 수행하기 위한 재정은 국가경찰이 부담하여야 한다. 따라서 재정문제는 사무배분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그런데 배분된 사무를 수행하려면 그에 맞는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따라서 재정문제는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사무배분과 하드웨어적으로는 조직 구성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이다.
자치경찰예산을 지나치게 국고보조에 의존하게 한다면 국가에 대한 종속이 심해지는 문제가 있으므로 가능한 한 지방재정 충당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하여 자치단체의 재정수입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켜주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국가경찰사무를 자치경찰에 위임하는 정도를 줄이고 국가경찰사무는 국가경찰이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 구성을 할 필요가 있다.
③ 자치단체와의 관계
이 연구에서 제시한 자치경찰조직 모형에 의하면 시도지사가 자치경찰의 집행기관인 시도경찰위원회를 임명하고 시도의회가 의결기관이 되도록 함으로써 시도지사와 의회가 지방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었다. 그러나 자치경찰이 국가사무도 위임받아 처리하는 점, 경찰사무는 일반행정 만이 아닌 搜査와 같은 司法的 행정까지 포함되어 있는 점, 한국의 특수한 치안여건, 아직 지방자치가 성숙되지 못한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역 정치권으로부터 자치경찰의 중립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적절한 관계설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지방자치법상의 집행기관과 의결기관, 자치기구 상호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한편, 지방경찰과 자치단체와 사이에서 발생한 유의적인 사례를 연구하여 '감독관계, 협력갈등 관계'의 측면에서 자치경찰과 자치단체와의 관계를 고찰하였다.
시도지사는 자신이 임명한 시도경찰위원회를 통하여 자치경찰을 간접적으로 감독하고, 시도의회는 조례제정권과 시도경찰 재정에 대한 전입금 등 시도경찰예산에 대한 감사권을 통하여 경찰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설정함으로써 자치경찰제의 취지에 부응하도록 하는 한편 지역정치권으로부터 경찰의 중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시도지사 및 시도의회의 자치경찰에 대한 업무간섭 방지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자치단체와 자치경찰간의 협력관계를 증진하고 갈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광역단위로는 시도지사, 시도의회, 시도경찰위원회, 시도경찰청장이 함께 참여하는 시도치안행정협의회를, 기초단위로는 경찰서장과 시군구청장 시군구의회의장이 참여하는 시군구치안행정협의회를 심의의결기구로 법제화 하고 여기에서 의결한 사항에 대하여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상호협조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④ 광역경찰행정
자치경찰은 관할구역내의 사무만을 처리할 수 있으므로 관할구역 밖에서 처리해야 할 사무와 여러 관할 구역에 걸친 사무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특히 지금도 관할구역을 놓고 사무처리 기피 문제가 간간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에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광역경찰행정체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하여 자치경찰 관할구역 밖 사무처리 기준, 자치경찰 상호간 응원 방안을 정하는 것은 물론, 광역경찰행정에 적합한 조직 구성이 필요하다.
광역경찰행정 사무에는 광역자치경찰사무와 국가경찰사무가 있다. 자치 경찰사무 중 기초자치경찰사무는 물론, 광역자치경찰사무도 경찰서라는 집행기구를 통하여 수행하겠지만, 관할다툼의 우려가 있거나 중요한 것을 국가경찰이나 시도경찰청이 직접 수행하고, 시도경찰청에는 수사, 교통, 경비, 정보 기능에 현장 집행기구를 두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와 같은 자치경찰 모형은 60년간 국가경찰체제를 유지해온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 치안 실정을 감안한 단계별 추진 방안의 1차 도입 모형으로서 궁극적인 목적지는 아니라고 본다. 지방자치제와 자치경찰제의 정착에 따라 향후 독일의 경찰제도를 모형으로 지역별로보다 독립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길 기대하며 이와 관련한 심도 있는 연구가 이어지길 기대한다.